“아버님 살아계셨으면 기둥뿌리 뽑아 선물 했을 것”

추석 계기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가 29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금강산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봉 가족들의 애절한 사연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번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남측 어윤천(55) 씨는 한국전쟁 당시 아버님을 대신해 북한군에 징집해 들어간 작은아버지 어성우(76) 씨를 만난다.

어 씨는 “아버님께선 당신 때문에 동생 둘이 죽었다고 생각하시고 명절 때만 되면 술잔을 놓고 우셨다”면서 “아직 살아계셨으면 이번 상봉 때 아마 기둥뿌리라도 뽑아 선물을 마련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계기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단에 포함된 윤천 씨는 29일 오후 북에 있는 작은아버지 성우 씨와의 만남을 앞두고 설레는 모습을 보였다. 6·25 전쟁 중에 아버지를 대신해 북한 의용군으로 나간 작은아버지이기에 만남의 의미는 그 어느 누구보다 크다.

삼형제 중 막내인 성우 씨는 1950년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 큰 형인 어원우(1994년 작고) 씨에게 북한군 의용군 소집 명령이 떨어지자 둘째 형 어영우(85, 생사불명)씨와 함께 “형님은 장남이니까 나가지 말고 집을 지켜야 한다”면서 대신 의용군으로 나갔다. 이후 두 동생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자신 때문에 동생 둘을 잃었다고 생각한 형은 죽기 전까지 동생들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윤천 씨는 “아버님이 동생 두 분의 호적 정리도 못하고 그대로 두셨는데, 94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제가 사망신고 하러 면사무소에 갔더니 동생 두분 호적도 함께 정리하라고 해서 제가 사망신고를 그제서야 했다”고 말했다.

남편 대신 시동생을 북으로 보냈던 형수 신윤순(88) 씨는 59년만의 시동생과의 만남을 앞두고 마음이 착잡하다. 노환에 건강이 좋지 않아서 입을 뗄 수 없어, 직접 슬픈 마음을 표시하지는 못했다.

윤천 씨는 “어머니께서도 명절때마다 작은아버지에 대해 말씀을 하시곤 했는데 이번 상봉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다행인지 아닌지 크게 놀라시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윤천 씨는 치솔 치약 등 생필품, 속옷, 신발, 상비약 등을 큼직한 여행가방 2개에 빼곡히 채웠다. 그는 “경제적으로 부담도 되지만 그래도 우리보다 북쪽에서 어렵게 사시는 게 분명한데 더 많이 드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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