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北 최고인민회의 연기

북한이 오는 9일 열기로 공고했던 최고인민회의 제11기 3차 회의를 돌연 연기하고 나섬으로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달 17일 최고인민회의 제 11기 3차 회의를 3월 9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발표했으며, 4일 돌연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지 않은 채 회의를 연기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형식상 국가정책의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인민회의를 공고했다가 연기한 것은 이번이 최초의 일이다.

북한은 회의 연기 사유에 대해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 있는 대의원들의 제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체제 특성상 상층부에서 결정된 회의가 갑자기 대의원들의 요청으로 연기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를 연기한 배경은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 상황과 연결해 볼 수밖에 없다.

우선 핵문제로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향후 추이를 좀더 지켜 보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에 맞서 지난달 ‘2ㆍ10 성명’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전격 선언했으며, 지난 2일에는 미사일 발사 유예조치의 철회를 발표하는 등 대미 강경대응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최고인민회의에서 핵관련 논의나 어떤 결정을 채택하려 했으나 좀더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기 위해 회의를 연기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북한은 2003년 9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1기 1차 회의시 ‘조·미 사이의 핵문제와 관련해 외무성이 취한 대외적 조치들을 승인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을 채택한 바 있다.

내부적 긴장감 조성 차원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핵문제를 내세워 주민들에게 정세가 매우 불안정하며 현재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을 주입, 내부 결속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선군혁명 총진군대회(2ㆍ2∼3, 평양) 이후 평양을 비롯해 각 도와 단위별로 군중대회를 잇달아 열고 주민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등 사회 분위기를 총화단결로 잡아나가고 있다.

나아가 최고인민회의에서 예산문제 뿐 아니라 그해 전반사업을 논의하는 만큼 경제사업 등과 관련해 좀더 깊숙한 내부 논의를 거칠 필요성이 제기됐을 가능성도 점쳐 볼 수 있다.

이외에 연기 사례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신병이나 권력 이상 등 내부변화를 가정해 볼 수 있으나 이는 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이유를 알 수 없으나 핵보유 선언 이후 정세가 불안정한 만큼 내부적으로 긴장감을 조성해 체제 결속을 다지려는 것일 수 있다”고 체제결속 용임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나 새로운 정책을 여유를 갖고 정리하며 인권이나 경제관련 법안 등을 통해 외부 세계에 북한의 변화 의지를 표명할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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