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이 두려운 북한, 개인 영상물 공유도 막는다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상 재생기 노트텔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 주민들이 핸드폰 카메라나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물도 파일 형태로 주변에 공유하거나 유포하면 당국의 처벌을 받게 된다고 내부소식통이 알려왔다.      

북한 당국은 최근 직장과 인민반에서 개인 영상물 유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강연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평양 소재 대학에 다니는 한 대학생이 결혼식 영상을 유포했다가 처벌 받은 사실을 위반 사례로 제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지난주에 기업소에서 초급당 비서 주도로 ‘주민들 속에서 자기 식으로 영상물을 제작해서 돌리는 현상을 엄중히 대처할 것’에 대한 강연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강연에서는 최근 청년들 사이에 결혼식이나 야유회 등에서 집단적으로 노래하고 춤 추는 영상을 돌려보는 행위가 급속히 늘어난 점이 지적됐다. 또한 강연자는 이러한 행위가 자본주의 ‘놀새풍’을 확산시켜 우리식 사회주의의 고상한 사상문화를 타락시킨다고 비판했다.

이번 지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명의로 하달됐으며, 어길 시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처벌 받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영상물을 유포해 처벌을 받은 대학생은 결혼식 참석자들이 놀고 춤 추는 장면을 집중 편집해 배포함으로써 ‘썩어빠진 자본주의 문화로 우리 정신문화를 침식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가 적용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초급당 비서(위원장)는 주민들이 컴퓨터나 손전화를 자체 검열해서 이러한 영상이 발견되면 즉시 삭제하거나 신고하도록 강조했다”면서도 주민들은 이번 지시를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에서는 명절이나 결혼식 행사를 촬영해 가족들이 함께 보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해가고 있다. 개인이 촬영한 영상물을 편집하거나 촬영을 대행해주는 업체도 있다. 이렇게 촬영한 영상을 USB나 SD카드로 저장해 휴대폰 등에서 재생한다.  

당국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개인 영상물까지 단속하며 긴장을 높이자 주민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것이 오락처럼 돼있는 상황에서 이를 돌려보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탈북자들은 이러한 개인 영상물 통제가 10년 전 아랍의 봄 당시 시위자들이 IT 기기 등을 이용해 사태를 확산시킨 것에 대한 북한 당국자들의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10년 전 아랍에서 민주화 열기가 확산 될 때 IT 기기가 혁명의 큰 원동력이 됐다는 점을 북한 보위기관이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휴대폰에서도 개인들끼리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도 젊은 세대라 이런 점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개인들 간에 사사로운 영상물 공유를 단속하는 것”이라며 “북한 정보기술이 발전해도 체제 위협 요소는 철저히 금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