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양강도 ‘삼지연군 꾸리기’ 사업에 부모 없는 고아들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 노동 착취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북한 당국의 입장에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양강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3월 말 보천군 당위원회가 부모없는 중등학원 졸업생 48명을 포함해 졸업 전 아이들 22명을 삼지연 건설 현장에 투입시켰다”고 전했다.
북한의 중등학원은 7-16세의 고아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후대사랑, 미래사랑’을 내세우며 고아 보육 시설인 육아원(1-4세)과 애육원(5-6세) 및 중등학원을 현지지도하고, 관련 교육 시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양질의 식사가 제공되는 등 고아 교육 시설에 대한 환경이 일부 개선되면서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방랑 생활을 하던 꽃제비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중등학원 고아들이 돼지 축사와 같은 기피 시설에서 강제 노역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본지 취재에서도 국가 조직이 돈을 주고 고용한 삼지연 건설 인력 중에 꽃제비 청소년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삼지연 동원 기피에 돈 받고 ‘대타’ 동향 포착돼)
유엔은 아동권리조약을 통해 18세 미만의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노동을 금하고 있다. 이번에 삼지연 건설현장에 파견된 아이들의 경우 중등학원 졸업생이라 할지라도 상당수가 18세 이하의 청소년이며 더욱이 기관에 재학 중인 아동들까지 포함돼 있어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국가의 공식 조직인 군당위원회가 조직적으로 고아들을 삼지연 건설에 투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김 위원장의 역점 사업인 ‘삼지연 꾸리기’ 사업에 아동 노동 문제로 인한 오점이 찍힐 가능성도 있다.
현재 삼지연에 동원된 고아 청소년들의 상당수는 고강도의 노동과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건설 현장에서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투입된 인원의 70%가 추위와 배고픔에 도망쳐 나왔다”면서 “최근에는 혜산시 등지에서 꽃제비(부랑아)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꽃제비 줄이기 정책으로 공식 교육 기관에 수용됐던 고아들이 강제 노역을 못견디고 다시 길거리 유랑 생활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소식통은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다 뛰쳐나온 아이들 얘기를 들어 보면 배고픈 것보다 숙소가 없어 산에 천막을 치고 옷을 입은 채로 잠을 자야 하는 것이 가장 고달팠다는 호소를 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삼지연 건설 현장 시찰(4월) 이후 건설 현장의 노동 강도가 높아진 데다, 사회적 취약층인 고아 청소년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식사 조차 미비해 개인이 알아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일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삼지연 건설 동원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자 지난달 30일 각 도당과 군당에서 긴급전원회의를 열고 ‘본 보이기’ 차원에서 간부들을 소속 돌격대에 3일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간부들조차 열악한 환경을 견디기 힘들어 했다”면서 “일도 일이지만 잠을 잘 공간이 마땅치 않은 점이 가장 힘들었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