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대명사 ‘北아리랑’이 최고 공연이라고?

▲ ‘타임’ 인터넷판에 게재된 기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가 북한 아동들의 인권탄압으로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집단체조 ‘아리랑’을 ‘몸과 마음 또는 영혼을 환기시켜줄’ 아시아 최고의 문화공연으로 선정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타임 아시아판 최신호는 “몸과 마음 또는 영혼을 환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며 아시아의 최고 관광명소와 문화 공연, 먹을거리 15가지를 선정해 ‘베스트 오브 아시아’라고 이름 붙였다. ‘아리랑’은 이 중 ‘몸을 위한 최고의(Best for the Body)’ 문화공연에 뽑혔다.

‘아리랑’ 공연은 선군정치와 수령 독재를 찬양하는 체제 선전 일색의 내용뿐 아니라 공연에 참가하는 아동들에 대한 가혹한 훈련과 체벌, 학습권 침해 문제로 아동학대 논란이 끊임 없이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북한인권단체 및 국제인권단체들은 북한 아동들의 ‘아리랑’ 공연 연습 실태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심각히 위반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타임’은 미국을 대표하는 시사주간지로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거대 언론이다. 오랜 기간 명성을 쌓아온 ‘타임’이 비록 ‘아시아판’이긴 하지만 세계 최악의 독재자가 아동들을 이용해 만든 우상화 선전극을 최고의 문화공연으로 치켜세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이다.

타임은 아리랑 공연에 대해 “10만 명이 참가하는 집단체조는 역동적인 장관을 연출하며 북한의 국가이념을 동작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어 “모든 방면에서 이 집단체조는 장관”이라며 “집단 최면술이 보여주는 초현실적인 환영 같다”고 덧붙였다.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며 “스타디움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2만 여명의 어린이들이 창조해내는 매스게임은 세계 기네스기록에 올라와 있기도 한 세계 최대의 체조 예술 공연”이라고도 묘사했다.

또한 “10만 명이 참가하는 이 집단체조를 치러내기 위해서는 총 100만 시간의 엄청난 연습량이 필요하다”며 ‘아리랑’ 공연에 참가하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어떤 나라’를 소개하기도 했다.

영국인 영화감독 대니얼 고든이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평양의 여중생 현순(13)과 송연(11)이 아리랑 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루 10시간씩 연습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고든 감독은 “정치성을 배제하고 평양에 사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을 통해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다”는 의도아래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인의 객관적 눈으로 평양을 바라보고 싶었다는 이 영화는 결정적으로 “장군님 모시고 행사하는 그 날을 그리며 아픈 것도 참고 훈련한다”는 현순이의 뼈 아픈 말까지도 그냥 흘려보낸다. 아이의 고통스러운 외마디는 ‘내재적 접근’에 충실한 객관적 관찰자들 앞에서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아리랑 공연을 위해 북한 아동 수만 명은 1년 가까이 학습권을 침해 받고 군사훈련에 버금가는 강도 높은 훈련에 소집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겪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아리랑 공연 준비 과정에서 평범한 아동들은 선수 수준의 정교한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지독한 훈련을 버텨내야 한다. 발바닥이 갈라지고 영양실조도 속출하며, 구타도 가해지고 있다. 1년 동안 소변을 참다 보면 방광염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완성된 ‘아리랑’을 ‘역동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대규모 메스게임’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수사(修辭)로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북한 아동들의 고혈을 짜내 완성된 ‘아리랑’은 아시아 최고의 문화공연이 아니라, 아시아 최고의 인권침해 고발극일 뿐이다.

‘타임’이 어떤 의도로 기사를 기획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정확한 사실에 기초한 기사 전달은 모든 언론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사명이다. ‘아리랑’을 “몸과 마음 또는 영혼을 환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는 타임의 기사로 인해 왠지 모를 씁쓸함만이 엄습해 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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