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공연에 박수치는 인권대통령이라니?

“인권문제는 지역사회가 가지고 있는 환경과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

북한의 대규모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에 동원되는 아동학대 우려에 대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발언이다. 이 장관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아동학대 문제와 관련, “여러 가지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해석.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아리랑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수 개월간 동원돼 훈련하는 것에 대해 “그것을 인권학대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우리나라도 연극이나 공연에 어린이가 참여해 공연준비를 한다고 이것이 학대라고 보겠느냐”고 반문했다.

과거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이 장관의 발언이라고는 정말 수준 이하의 발언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문제를 “지역별 환경과 특성에 따라 해석돼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너무도 무지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다.

이 장관의 이 발언은 내달초 열리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 기간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남측 대표단의 ‘아리랑 공연’ 관람 여부에서 비롯됐다. 북측은 현재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방북한 1차 선발대에 회담기간 전체일정 중 하나로 아리랑 공연 관람을 우리측에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관람 여부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이 장관은 “상호 체제의 차이에 대한 이해와 존중 차원에서 좀더 포용적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사실상 북측의 요구를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정부측은 아리랑 공연 내용중 일부 이념적 내용을 삭제하고 노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하는 내용을 추가로 삽입하는 것을 북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아리랑 공연의 내용이 아니다.

공연 내용에서 체제선전이나 이념적 내용을 전부 삭제해 일부 내용을 변경한다 하더라도 공연에 동원되는 아동들의 학대문제는 전혀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바뀐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습해야만 할 북한 아이들에게 고통만 가중시키는 꼴이 된다.

아리랑 공연은 연습기간만 반 년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교한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선 1년이 걸린다. 공연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공연 6개월 전부터 오전수업만 하고 오후에는 연습만 한다. 행사 보름 정도를 앞두고선 아예 수업을 하지 않고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 18시간동안 맹연습을 해야 한다.

탈북자들에 의하면 아리랑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고난위도 동작을 익히기 위해 연습과정에서 골절상을 입는 경우도 다반사다. 쉬는 시간을 제외한 연습과정에선 화장실 출입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소변을 참아야 하거나 그냥 옷을 입은채 소변을 보기도 한다.

이 같은 사실은 많은 탈북자와 인권단체들의 지적에 의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관은 “아리랑 공연은 북한에서 만든 상당히 자랑스러운 공연작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점에서 존중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식으로 아동 수천명을 동원해 연습을 시키는 것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 만약 이런 일을 누군가가 벌였다면 책임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 되고도 남을 사안이다.

아리랑 공연의 ‘아동학대’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나 이념적 잣대가 달라서가 아니다. 정상회담을 흠집내기 위한 보수매체들의 태클도 아니다. ‘인권 대통령’을 자임해 온 노 대통령이 아동학대의 산실인 아리랑 공연을 보며 박수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일사분란하고 화려하게 전개되는 아리랑 공연 뒤에 우리의 어린 동생들이 겪어야만 하는 눈물과 고통이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이를 알고도 노 대통령이 아리랑 공연을 관람 한다면 더이상 ‘인권 대통령’ 운운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