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이 죄인들 죽음으로 내몰려…”

대차란 적재량이 신형 지프차 4대분을 대신하는 쇠수레로 20~30명의 죄인이 몸에 하산바를 걸고 직접 끌어야 하는 수레다. 원래 대차는 구내반에서 전거리 역에 쌀을 실으러 갈 때 사용하던 것인데, 벌목반이나 상하차반에서 대량으로 물자를 운반하는 일에도 사용됐다.

대차는 길이 2m, 너비 1.5m이고 손잡이 쪽 길이는 2m로 생김새는 평범한 손수레와 같이 생겼지만 화물칸과 손잡이 전체가 쇠로 제작되어 대단히 무거웠다. 대차는 보안원들에게는 연료가 필요 없는 요긴한 운송수단이었으나, 해마다 꼭 사람을 죽이거나 멀쩡한 사람을 장애인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죄인들에게는 ‘원한’의 대상이었다.

대차는 크기와 무게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보통 나무나 쌀자루를 실으면 대차 바닥에서 3m이상의 높이로 적재하기 때문에 그 무게가 대단했다. 보통 수레는 한 사람이 끌고 다른 사람이 뒤에서 밀어주지만 대차는 20~30명의 죄인들이 대차에 하산바 고리를 걸어 한꺼번에 끈다. 힘과 발걸음을 맞추기 위해 한 사람이 ‘헤이~’라고 외치면 나머지가 ‘하이~’라고 외치면서 끈다.

대차 때문에 나도 한번 크게 혼났다. 그날 일은 죽어도 잊힐 것 같지 않다. 대체로 우리 벌목반의 경우 겨울철에는 죄인들이 산에서 벤 나무를 교화소 철문 앞까지 직접 끌고 오지만 여름철에는 대차를 갖고 나가서 산에서 벤 나무를 한 번에 모아서 싣고 온다.

나무를 대차에 쌓을 때는 나무가 흩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에 나무가 떨어지지 않도록 대차 위에 올라서서 나무를 차곡차곡 쌓는 사람이 필요한데, 나중에 대차를 끌 때 이 사람이 방향타 역할을 하는 것이 벌목반의 상식이었다.

그날 나는 평소와 같이 대차 위에 올라가서 나무를 쌓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른쪽 눈에 경련이 왔다. 나는 특별히 미신을 신뢰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오른쪽 눈에 경련에 올 때마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담당 지도원이 꾸물거린다며 욕을 해대서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평소보다 나무를 더욱 꼼꼼하게 쌓았고 매듭도 단단히 붙들어 맸다. 대차 위에서 뛰어내려 손잡이 안으로 들어가 뒤를 돌아보니 도끼로 찍은 나무라 앞머리가 모두 뾰족해 당장이라도 내 등을 찌를 것 같이 보였다.

그동안 손잡이 안으로 수백 번을 들어갔지만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반원들에게 주의를 주며 위험구간들을 하나씩 벗어났다. 경사가 심하거나 움푹 팬 곳을 지날 때 대차 위에 쌓인 나무가 앞으로 쏠려 사람을 덮칠 수도 있었다.

마침내 마지막 개울까지 벗어나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이제부터 교화소 철문까지는 큰길이며 위험한 구간이 없었다. 100m 앞에 오르막이 보였다. 그 직전에는 약간 내리막이었는데 지금부터 달리며 속도를 내야 오르막을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반장이 소리쳤다.

“자, 오르막이다. 뛰자!”

손잡이 안에는 내가 들어가 있었고 손잡이 양쪽에는 반장과 2조 조장이 각각 손잡이를 붙잡는 식으로 3명이 방향을 조절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대차에 나무를 너무 많이 쌓아서 그 무게가 대단하여 속도가 다른 때보다 매우 빨랐다.

대차 뒤쪽에는 3명이 하산바를 대차에 연결해서 대차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대차의 속도가 빨라지자 이들이 미처 따라오지 못하고 땅에 넘어져 질질 끌려오게 되었다. 3명이 땅바닥에 뒹굴다보니 대차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영향이 미쳐 많은 사람이 자기 위치에서 원만히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바닥에 뒹굴던 3명의 하산바가 벗겨져서 제동력을 상실한 대차는 더욱 속도가 빨라졌다. 대차의 속도가 빨라지자 대차 옆에 있던 사람들도 대차를 따라오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앞에 있던 나와 반장, 2조 조장은 대차 뒤에서 벌어진 일을 알지 못했다.

일이 안 되려고 그랬는지 대차의 속도가 빨라지자 대차의 평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뒤쪽에서 한 사람이 대차에 올라탔다. 내리막에서는 대차의 하중이 앞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나처럼 대차 손잡이에서 방향타 역할을 하는 사람 쪽으로 하중이 가게 된다.

만약 방향타 역할을 하는 사람이 그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대차 손잡이를 놓으면 대차가 급정거 하면서 쌓여있던 나무들이 앞쪽에 있는 사람을 덮치게 된다. 뒤에 사람이 올라타 대차의 수평이 뒤쪽으로 기울자 손잡이를 쥐고 있던 내 몸이 공중에 붕 떴다.

이제 대차에는 앞에 3명, 양쪽으로 2명, 뒤쪽에 1명만 달라붙어 있는 꼴이었다. 그중에서 나는 발이 허공에 떠 있는 상태라 대차의 속도를 통제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못됐다.

“야, 뒤에서 누르지 말라!”

상황을 알아차린 반장이 뒤쪽을 향해 고함을 쳤다. 뒤에 있는 사람이 대차에서 뛰어 내리자 대차의 수평이 다시 앞으로 약간 기울었다. 내 발도 땅에 닿았다. 나는 다시 힘주어 대차 손잡이를 꽉 쥐었다.

출발할 때는 15명 정도가 대차에 달라붙었는데 이제 6명이 이 큰 대차를 통제해야 했다. 만약 여기서 대차가 급정차를 하거나 뒤집히게 되면 내가 죽을 확률은 90% 이상이었다. 나는 그때부터 요리조리 머리를 굴리며 달렸다.

그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손잡이 안에 있는 나였다. 일단 속도를 줄여야 했다. 손잡이를 위로 젖혀서 대차 뒤쪽이 땅에 닿도록 하고 싶었지만 나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설사 내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손잡이를 위로 올려 뒤쪽이 땅에 닿게 했다고 하더라도 그 충격의 반발력 때문에 대차는 급속히 앞으로 꼬꾸라지게 된다. 만약 손잡이를 놓게 되면 분명히 나무가 앞으로 쏠리면서 내 등을 꿰뚫을 것이다.

방법이 없어 마냥 달리고 있는데 앞에서는 경비대 초병들 7~8명이 근무교대를 위해 줄을 맞춰 걸어오고 있었다. 교화소 규정에 죄인들은 초병들이 보초교대를 할 때 그들과 마주치게 되면 초병들에게 길을 비켜주면서 그들이 죄인들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돌아서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 규정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대차로 그 규정을 밀어버렸다.

“야, 이 새끼들아! 돌아!”

대열 선두에 있던 보초장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우리의 대차는 그들 정면으로 돌진하고 말았다. 나무를 가득 실은 대차에 울상을 짓고 있는 우리 3명만 달랑 매달린 것을 보고는 그들도 겁을 먹었다.

대차는 곧 감옥 담장 옆을 따라 바람처럼 달려 교화소 철문 앞을 지나게 되었다. 대차가 멈추지 않아 목적지인 교화소 철문을 지나 계속 달린 것이다. 이런 속도라면 10리 아래 차단초소까지 가게 될지도 몰랐다.

우리가 차단초소까지 가게 된다면 담당 보안원이 악을 쓰며 몽둥이질을 해댈 것이다. 교화소 철문을 지나자 대차에 깔려 죽는 것보다는 보안원에게 욕먹을 일이 걱정되었다. 순간 내 눈에는 교화소 담장 밑으로 지어진 온실의 보호막이 보였다.

경사는 60도, 길이는 2m 정도 되는 보호막이 교화소 담을 따라 쭉 설치되어 있었다. 내가 그쪽으로 방향을 틀자 반장과 2조 조장이 금방 내 뜻을 알아챘다. 순간적으로 오른쪽 바퀴가 경사면을 타고 올라가면서 기우뚱해진 대차가 4~5m 정도 움직였다.

그러다 오른쪽 바퀴가 경사면을 타고 땅으로 내려오자 이제는 대차가 제자리에서 360도로 빠르게 회전하면서 손잡이 안에 있던 나를 대차 밖으로 날려버렸다. 나는 대차가 회전하는 탄력 때문에 온실벽 쪽으로 날아가 교화소 담벼락에 부딪치고 말았다.

부딪친 왼쪽 허리에 통증이 왔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내 오른쪽에 있던 반장은 온실 안으로 떨어졌고, 왼쪽에 있던 2조 조장은 마지막에 손잡이를 놓아 위기를 모면했다. 뒤에 있던 3명도 별다른 부상이 없었다.

“야, 난 너가 죽는가 했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앉아 있는데 반장이 넋 나간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 자리를 지나던 보안원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우리를 바라볼 뿐 욕을 하지는 않았다. 대차가 덮친 온실은 말이 온실이지 실제는 아무것도 재배하지 않고 버려진 땅이었다.

대차는 손잡이 부분은 하늘을 향하고, 뒤는 완전히 땅에 닿아 있었다. 뒤늦게 3조 조장이 사람들과 도착해 다시 대차를 제대로 세우고 교화소 철문으로 향했다.

아마 그때 대차가 땅에 고꾸라졌거나 멈추지 못하고 차단초소까지 내려갔더라면 나는 밀리는 나무에 찢겨 죽거나 큰 중상을 당했을 것이다. 대차 바퀴에 깔려 죽은 사람, 팔다리가 부러진 사람, 대차에 실은 나무에 찍혀 죽은 사람 등 하여간 이 대차는 수많은 사람을 죽게 하거나 불구자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 죄인들은 대차를 ‘원한의 대차’라고도 불렀다. 이런 원시적인 노동도구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화소 보안원들은 대차를 ‘연료가 필요 없는 편리한 운송수단’으로 여기면서 계속해서 죄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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