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北 후계 정보’…어디까지 믿어야 될까?

지난 1월 15일 한국의 연합뉴스는 정보소식통의 정보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이제강 제 1부부장이 과장급 이상의 간부를 긴급 소집해, 김정일 총비서의 3남 정운이 후계자로 지명됐다는 결정사항을 전달한 후, 각 도의 당 기관에도 후계관련 지시를 내려, 고위층 중심으로 후계자 결정 정보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 이후 북한의 후계자 관련 정보가 한국과 일본에서 급증하고 있다.

1.북한 후계자 정보를 버라이어티쇼화 하는 일부 매스컴

6월 5일 지지통신은 북한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 RENK를 통해 “김정남(38)의 측근 등이 평양에서 치안 당국에 연행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여 정남씨가 마카오에서 북한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후 방송에서 북한에서 숙청의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내용 등이 보도되고 있다.

‘김정남 측근 숙청’ 정보에 대해 한국의 세계일보는 김정남의 외가 친척(유럽 거주)을 취재하여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5일자 Wien 발 기사)고 보도했다. 김정남의 친척뻘인 관계자는 “근거가 없는 정보다. 평양에서는 후계자 선출을 둘러싼 권력 투쟁은 생기지 않았다”며 “후계자 결정에 관한 외교 전문(電文)이 재외 공관에 보내졌다는 뉴스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세계일보2009/6/5 21:17).

이 보도에서 증명하듯이 김정남은 6월 6일 일본TV와의 인터뷰에서(더 선데이 넥스트 6월 7일 방영), 측근이 ‘숙청’되었느냐는 질문에 “그러한 보도는 완전 거짓이다”고 부인하고 “나는 북한 시민권자로서 중국이나 마카오에 체류하고 있다. 북한으로부터 망명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후계자 문제에 대해 “정운이 후계자에게 내정됐다는 것은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알았다. 나는 이것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김정운씨의 후계 내정설을) ‘노’라고도 말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또 “후계자는 전적으로 아버지가 결정한다”고 말했다(중앙일보 2009.06.08 08:00:45).

북한 후계자로 김정운이 결정됐다고 하는 금년 1월 15일자 연합뉴스 보도가 나온 후 전모가 밝혀질 것으로 보였던 4월 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김정운 후계설 소동’은 진정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후 특히 6월 초 한국의 국가정보원과 미국 고위 관료로부터 ‘김정운 후계결정 정보’가 흘러나온 것을 계기로 다시 후계자 문제가 일본 메스콤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다.

북한이 5월 25일에 핵실험을 단행한 직후 6월 1일,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북한 당국이 김정운 후계자 결정 사실을 포함한 외교 전문을 해외 공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고했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1월 8일 김정운 생일에 김정일 총비서가 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에 비밀리에 하달하여, 핵실험 직후 노동당, 조선인민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해외공관에 ‘정운 후계자 결정’이라는 사실을 통지하고, ‘후계자…김정운’을 사실상 공식화했다(연합뉴스2009/06/02)는 것이다.

이 정보가 나오면서 일본의 메스콤은 일제히 김정운 후계결정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주요 보도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북한 김정일 총비서가 3남 정운씨를 후계자로 지명했다’는 내용을 조선노동당 간부가 중국 공산당 간부에 전달했다는 것이 알려졌다. 정운이 올 초 당, 군의 인사권을 쥐고 당 조직지도부장에 취임했다는 정보도 알려졌다. 노동당 간부와 관계가 깊은 베이징의 중조(북중)관계 소식통과 양국을 왕래하고 북 고위 간부들과 가까운 북한 소식통이 전했다(아사히 신문 2009년 6월 3일).

-김정일의 후계체제에 대해, 미 정부 고위 관료는 2일 워싱턴의 한 모임에서 “3남이 후계자로서 지명돼 장성택이 최근 국가 운영을 담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바마 정권은 김 총비서의 후계자가 삼남 정운(26)이 유력하다는 견해를 강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피력했다(2009년 6월 3일 14시 43분 요미우리 신문).

-「민족 21」이 김정일 총서기의 후계자는 김정운(26)으로 단정하고 있다는 것이 29일 확인됐다. 한국의 친북계 잡지 「민족 21」6월호는’후계자는 김정운’이라는 내용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뤘다. 북한과 깊은 연계를 갖고 있는 이 잡지가 금기시 되던 포스트 김정일 관련 특집을 보도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것으로, 평양 지도부의 ‘보증 문서’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마이니치 2009년 5월 29일 11시 21분 , 스즈키 타쿠마)

– 북한의 김정일 총비서의 장남 김정남(38)의 측근 등이 평양에서 치안 당국에 연행되는 사건이 잇따라, 정남이 머물고 있는 마카오로부터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4일 밝혀졌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비정부 조직(NGO) ‘구출하라! 북한 민중/긴급 행동 네트워크(RENK)’가 정남과 가족간의 통화 내용을 정보통으로부터 입수해, 확인됐다(6월 5일 지지 통신).

-삼남 김정운(26)이 후계자로 유력하다는 것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001년 일본 불법 입국으로 구속된 적이 있는 김정남이 체류하고 있는 중국 특별 행정구 마카오에 망명할 공산이 높다는 것이 4일 알려졌다. 이미 김정남 주변에서 숙청이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북한 내부에서는 정운을 톱으로 하는 새로운 체제 만들기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산케이 2009.6.5 07:30).

이상의 정보들이 보도된 후, 각 방송국들도 앞다투어 ‘김정남 숙청설’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김정남 숙청설’에 대해서는,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세계일보가 ‘오보’라고 단정했고 김정남 본인도 부정했다. 또, 탈북자 강명도씨(강성산 전 총리의 사위)는 TV아사히 ‘스크럼블'(6월 7일) 에 출연해 이 정보가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이러한 근거 없는 정보를 보도하는 것에 대해 ‘스크럼블’에 해설자로 출연한 쿠로가네 히로시 씨는 “이런 정보를 TV프로에서 채택할 필요가 있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정운 후계 결정’, ‘김정남 숙청설’등이 모두 ‘소식통’의 정보만으로 보도한 것이지, 확실한 근거는 없다.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에게 전했다고 하는 김정운 후계 결정에 관한 ‘해외 공관에 전달한 외교 전문’도 그 내용이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문제의 전문을 입수한 것은 아니고 소문으로 들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전문’의 정확한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국정원도 ‘전문’을 확보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조선일보2009/06/08 09:57:25).

2. 한미 정부는 ‘후계자 정보’를 추측, 미확인이라고 공식 발표

이러한 ‘소문’ 수준의 정보에 대해 미 국무성 우드 보도관 대행은 6월 2일 정례 회견에서 김정운이 후계자로 결정됐다는 한국 미디어의 보도에 관해 “우리는 확실하지 않은 보도에 접하고 있어서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어떠한 권력 이양을 할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보도의 대부분에 대해 ‘추측’한 면이 있다고 했다. 또 미 당국 고위관리가 북한이 후계 문제를 해결한 후 궁극적으로는 6자회담에 복귀한다는 전망을 낸 것에 대해서도 북한은 아직 협의 복귀의 조짐을 완전히 보이지 않다고 말했다(연합 뉴스2009/06/03 10:55).
 
또 백악관의 로버트 깁스 보도관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백악관 국가 안전 보장 회의(NSC)에 알아보겠다”는 언급에 그쳤다. 깁스 보도관은 “현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북한의 최근의 행동은 자신을 고립시킬 뿐이고 생산적인 대화가 성립되는 교섭에 복귀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대책을 취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조선일보2009/06/04 11:23:15).

한편 일본 정부도 후계자가 세째 아들 정운 씨로 정해졌다고 보도하는 데 대해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국 이시카와 심의관은 6월5일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한국 정부에 알아봤는데 확인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회답이 있었다”고 밝혔다.(아사히신문 2009년 6월 5일 12시 55분 ).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서도 ‘후계자 결정’에 관한 문서는 전달되어 있지 않다. 기관지 조선신보 기사에도 그런 후계자 관련 언급은 찾아 볼 수 없다.

이 글에서 지적했다시피 김정일 건강악화로 인해 북한에서 ‘후계 체제’가 심각한 문제로서 부상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김정남이 “(김정운 씨 후계 내정을) ‘노’ 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하고 있지만 북한 권력 중추에서 김정운이 후계자에 ‘내정’되었을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확실한 ‘결정’에 대한 증거도 없지만 ‘부정’하는 증거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북한 공식 발표도 없고 내정에 대한 확실한 근거도 없는 현재 상황에서는 이 정보의 신뢰도는 어디까지나 ‘미확인 정보’ 부류에 속한다. 따라서 이러한 정보에 대한 보도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는 지금도 전쟁 상태다. 휴전협정(1953년 7월)에 근거하여 ‘총을 쏘지 않는 상태’일 뿐이다. 최근 갑자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북한은 그 휴전 협정마저 ‘무효’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군사 행동 이외의 모든 ‘전쟁 행위’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작 활동과 모략 첩보 활동은 활발하게 계속되고 있다. 스파이 방지법이나 통일적 국가정보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평화로운 일본에서 자란 사람들은 잘 모르는 세계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국,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보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 타겟 중 하나가 언론을 활용하는 ‘선전전’이고 정보를 조작하는 ‘모략전’이다. 일본이 그 주 전장(戰場)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일본에서는 타하라 소이치로 씨 같은 베테랑 저널리스트조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확인되지 않는 정보에 말려 들기도 한다. 그 전형적인 ‘사례’가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납치자 요코타 메구미 씨와 아리모토 케이코 씨는 죽었다”는 발언이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김정운 후계 결정’ 정보에 대해서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정부나 미국 정부의 공식 견해와 한국 국가정보원의 ‘인정’이나 미 정부 고관의 김정운 후계 결정 발언이 왜 다른지 등에 대한 분석이다.
 
또 다양한 정보에 대해 의심의 눈으로 보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 같은 경우는 ‘북한 비핵화’를 시키지 못한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핵실험’을 ‘후계자 문제’와 연결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김정일 건강 악화’가 북한 권력 중추를 흔들기 위해 흘리고 있는 ‘모략 정보’는 아닌가?

또 북한의 경우 다른 나라들이 북한의 내정 파악을 못하도록 혼란시키기 위해 흘리고 있는 ‘모략 정보’는 아닌가? 북한에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정보 조작은 아닌가? 김정일 이후 각 세력이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흘린 정보는 아닌가? 등등 다양한 각도에서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검토도 하지 않고 진위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흥미, 흥행만 생각해 ’00 소식통’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보도하면 일반 국민에게 잘못된 선입관과 상황인식을 하게 만들 수 있다. 그것은 나라의 국가안보 정책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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