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도끼자루’ 김정은 실체 中에 적극 알려야 한다

I.
지난 1월 초 북한의 핵실험 이후 3달, 유엔의 ‘역대 최강’의 대북제재 발효 이후 1달이 지났다. 비록 짧지만 한국을 겨냥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 협박전술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국의 대(對) 한반도 전략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북핵문제의 궁극적 해결이란 한국 주도의 평화통일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 기간 내의 한국 정부의 대응 및 북한과 중국의 행태를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우선 박근혜 정부의 대처는 그 큰 줄거리에서 적절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월 초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은 대북정책의 “코페리니쿠스적 전환”(박상봉 전 통일교육원장)으로서, 비유하자면 햇볕정책 이후 지속된 북한과의 ‘치정(癡情) 관계’를 청산한 것이다. 만일 개성공단을 그대로 놔두었다면 북핵 폐기를 위한 한국 정부의 어떤 결의와 주장도 국제사회에서 그 진정성을 의심 받았을 것이고, 유엔의 대북제재도 실행의 주체가 없는 공염불에 불과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북한의 핵 공갈 앞에서 내부적으로 지리멸렬하여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 자체가 와해되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3월 말 미국에서 열린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일이 북한이 핵폐기를 하기까지 지속적으로 대북 압박을 가하겠다는 결의가 가능했던 것도 그 시작은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가 그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II.
필자는 지난 컬럼들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의 말을 믿지 말고 그 행동을 보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였다. 특히 이번 유엔 대북제재의 실효성과 관련하여서는 햇볕정책을 비판하던 북한 전문가들조차 이번만큼은 북한 정권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전망하였고, 일부는 이란의 핵개발을 중단시킨 경제제재처럼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중국과 미국이 유엔제재의 목적을 비핵화 협의를 위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두기로 합의한 이상(2016년 2월 23일 존 케리 미국무부장관은 왕이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that purpose is to bring the DPRK back to the table for the purpose of the Six-Party Talks and particularly discussions about denuclearization”이라고 명시), 유엔 대북제재는 길어야 수개월 정도 지속될 것이라는 필자의 주장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회담 복귀 조건을 강화함으로써 유엔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반론이 있었다.

실제로 유엔의 대북제재가 시작된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과 미국에 핵 선제공격 천명과 함께 각종 미사일 발사 시위를 하던 북한이 불과 1달 만에 국방위원회의 담화를 통해 ‘협상마련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참 낯 두꺼운 그러나 능히 예상할 수 있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이때 ‘협상’이 6자회담인지 평화협상인지 혹은 둘 다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미국의 반응을 떠 보기위한 것임은 분명하다. 여기에 대해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모든 핵활동 동결, 과거 핵활동 신고,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수용”을 북한 비핵화의 사전조치로 내세웠다. 이 조건을 북한이 받아들이면 유엔 대북제재는 종결될 수 있고, 미국은 북한의 평화협상 요구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러셀 차관보가 제시한 전제 조건은 사실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의 역사를 보면 여러 번 나왔던 것으로서 현재 북한의 핵개발과 운반체 개발의 수준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요구이다. 아마 과거를 잊지 않은 사람이라면 미국의 제안이 ‘빨리 6자회담 재개하자’는 의미라는 점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과거 북한은 핵동결을 넘어 핵불능화 조치에도 동의하면서, 2008년 심지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쇼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일거에 6자회담의 모든 합의가 무효화되면서 지금까지 회담이 중단되어 왔다. 그렇다면 핵보유를 헌법에 명시한 북한이 미국이 제시한 6자회담 복귀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예를 들어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이전에 일단 대남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북한은 비핵화와 평화협상을 묶어 그 선순환을 주장하면서 -참고로 2015년 한국의 외무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진전과 북한 비핵화의 선순환’을 이른바 ‘Korean Formular’라고 불렀다-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협상을 시작하고, 약속을 하고, 약속의 일부를 이행하고, 그러나 필요하면 일거에 모든 것을 없는 것으로 되돌리는 북한 정권의 협상전술을 고려할 때 6자회담은 북한과 중국의 놀이터나 다름없다. 물론 선순환에 대한 모든 기대는 악순환으로 끝날 수도 있다.

히틀러는 폴란드 침공 직전에 스탈린과 불가침 조약을 맺었고, 이후 폴란드와 서부유럽을 정복한 이후 소련을 침공하였다. 일본은 스탈린과 불가침 조약을 맺고 태평양 전쟁을 시작하였지만, 패망 직전에 스탈린은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였다. 이처럼 전체주의 국가들은 본질적으로 윤리나 진실 그리고 규칙을 부르주아가 만든 산물 정도로 취급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6자회담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중국과 미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이다. 일단 ‘희망의 원칙’에 따라 시작하더라도 과거보다 훨씬 나쁜 상황에서 재개되는 6자회담은 실패할 것이다. 북한은 유엔 대북제재를 중단시키기 위해 6자회담에 복귀하겠지만, 어떤 당근도 핵을 폐기시킬 수 있을 만큼 달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북한 간에 어떤 평화협정도 북한 핵개발의 원인을 제거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에 대하여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북한의 핵개발의 명분을 없애기 위한 것이지만, 북한은 미국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핵을 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범죄자와 검사가 재판정이 아니라 회담장에서 만나면, 검사가 훨씬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검사는 회담의 규칙과 주고-받기라는 원칙에 구속되어 있지만, 범죄자는 원래부터 그런 규칙과 원칙들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이 6자회담을 대하는 기본태도는 ‘먹튀정신’이다.

6자회담에서 밀고 당기고 합의와 이행의 방법에 대한 논의가 마치 연극처럼 지나면 적절한 시기에 북한은 5차 핵실험을 하든 혹은 협상 보이콧을 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북핵문제를 잠시 잊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미국 본토에 도달 가능한 ICBM을 만나게 될 것이다. 김정은도 6자회담에 데뷔하여 한국과 미국을 얼마나 잘 요리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을 것이다.

III.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대북제재의 엄격한 이행을 약속하면서 한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포기할 것을 제안하였다. 중국이 제안한 이 교환의 의미도 분명해졌다. 유엔 대북제재는 한시적인 것이고, 사드배치 포기는 지속적인 것이다. 또한 사드는 한국 국민과 함께 주한미군을 북한의 [핵을 탑재한]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무기이기에 한미동맹의 결의를 보여주며, 무엇보다도 한국 국민에게 북한의 핵공격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도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엔 대북제재에 북한주민의 생계를 위한 예외 조항을 관철시킨 것도 중국이고, 미국이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받아들일 것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는 나라도 중국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 그리고 중국의 대응을 보면 부창부수(夫唱婦隨)가 따로 없다.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 보다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더 큰 재난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공식적·비공식적으로 그 이유는 잘 알려져 있다. 즉 북한은 중국의 안전을 보호해 주는 완충지역이고,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수백만의 난민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 중국의 동북지역으로 넘어와 혼란상태를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의 이런 스토리는 너무 많이 들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북한 및 중국전문가들이 일종의 자명한 공리(公理)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을 군사적 완충지역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19세기 제국주의 방식의 구태의연한 사고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지금 북한은 완충지역이라기 보다는 동북아의 군사적 안정을 파괴하는 데에 더 열중하고 있다. ‘썩은 이’는 아무리 많이 갖고 있더라도 아프기만 할 뿐 음식을 씹지 못하는 법이다.

또한 북한의 급변사태와 수백만의 북한 난민이 중국 동북지역의 안정을 흔들 것이라는 주장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 현재 터키에는 시리아 내전 사태로 자국을 떠난 약 300만 명의 난민이 들어와 있다. EU(유럽연합)가 터키가 시리아 난민문제로 인해 협약을 맺고 재정지원을 하겠지만, 300만 명의 난민으로 터키의 안정이 흔들리고 있지는 않다. 특히 중국의 면적은 터키의 11.8배, 인구는 17.5배, GDP(국내총생산)는 12.4배나 된다. 설사 북한 난민 500만이 단기간에 중국으로 넘어가더라도 그것은 중국 인구의 0.36%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한국이 중국으로 넘어간 북한 난민을 자국민으로 간주하여 사실상 대부분의 경비를 부담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또한 중국의 북한 난민은 한시적 현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약 없이 조국을 떠나 터키로 들어온 시리아 난민보다 훨씬 더 양호한 조건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중국이 주장하는 수백만 북한난민의 문제의 심각성이란 극도의 과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를 기를 쓰고 막으려는 이유가 자국의 안정문제가 아니라면, 그것은 한반도의 북한과 한국 모두를 제어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즉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해서는 참여하더라도 그 기간을 짧게 하거나 아니면 제재 규모와 정도를 완화시킴으로써 북한의 명줄을 쥐고, 다른 한편 북한의 핵개발로 공황상태에 빠지게 될 한국에게는 중국이 북핵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을 이용하여 한미동맹에 균열을 만드는 것이다. 아마 시진핑 주석은 지난 천안문 열병식에 한국의 대통령이 서방진영에서 유일하게 참가하게 된 것을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핵폐기를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중국은 6자회담을 주도하면서, 한편으로는 북한에게는 경제제재를 모면하면서 핵무기 개발에 시간을 벌 수 있는 공식적 무대를 마련해 주고, 다른 한편 중국만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제재나 정치적 압박을 실효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임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이런 전략적 계산은 지금까지 매우 잘 먹혀 들어가고 있다.

IV.
북핵 문제의 해결은 한국 주도 평화적 통일에 있다. 이점은 지난 3·1절 기념식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분명하게 천명한 바이지만, 사실 오랫동안 북한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문제는 지금까지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의 힘을 빌어야 한다는, 혹은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떼어 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있다. 그러니 중국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한국 국민이건 정부이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때로는 ‘중국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을 ‘중국을 이용하는 외교’, 심지어 ‘중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식의 둔사(遁辭)를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의 대 한반도 전략의 큰 그림에 한국 주도의 통일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이런 종류의 접근은 국력의 낭비일 뿐, 한국은 다른 통일의 길을 찾아야 한다.

흔히 중국이 북한을 잘 살게 만들 수는 없어도 북한이 망하지 않게 만들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적 관점에서만 본 것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중국은 북한의 주체사상, 수령전체주의의 지배를 더 강고해지도록 만들 수도 없고 더 약하게 만들 수도 없다. 중국과 북한은 서로의 이해관계로 인해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관계를 맺고 있을 뿐이다. 차라리 한류(韓流)에 경도된 중국 국민은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정권을 비웃고 있을 뿐이며, 이런 경향을 역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이 북한이라는 썩은 도끼자루를 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며, 그것은 북한의 내부에서 더 이상 김정은의 치기(稚氣)와 독기(毒氣) 어린 통치가 북한 주민에게 먹혀들어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북한에 대량으로 외부정보가 들어가도록 만드는 것이며, 이것이 통일의 초석을 놓겠다는 박근혜 정부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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