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200g으로 밥을 지어보니…

하루 200g의 곡물을 배급 받는다면 충분한 영양섭취가 가능할까.

우선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 와닿지 않는다.

쌀 200g을 일회용 종이컵에 담으면 한 컵을 채우고 두 번째 컵의 바닥을 덮을 분량이다. 또 밥을 지으면 남쪽에서 흔히 사용하는 작은 밥공기 두 그릇이 나올 정도다.

대북 식량지원 창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구호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상당수 군(郡)이 하루 곡물 배급량을 250g에서 200g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WFP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까지 300g이던 하루 곡물 배급량을 지난 1월 250g으로 줄인 데 이어 이달 또다시 50g 축소할 계획이다.

이는 2001년 1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생존을 위해 필요한 하루 영양 섭취량에 훨씬 못미친다.

국제기준에 따른 하루 권장 영양공급량은 2천-2천500㎉인데 북한은 목표 공급량을 1천600㎉로 잡고 있으며 이는 약 450g의 곡물과 맞먹는다.

그나마 하향 조정된 공공 배급량 200g(약 750㎉)은 이에 절반도 못미치는 것으로 국제기준의 30%정도다.

5일 백희영 서울대 교수(식품영양학)는 “국내 성인 남녀의 하루 쌀소비량은 각각 250-300g, 200-250g이지만 이와 함께 다른 식품을 많이 섭취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경우 곡물과 부식이 충분하지 않다면 심각한 영양실조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또 북한의 취약계층이 곡물에 채소를 많이 섞어 먹고 있지만 채소에는 열량을 많이 포함하고 있지 않아 에너지 공급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탈북자들도 1980년대 공공 배급량이 600g에 달했다며 하루 200g으로는 충분한 영양섭취를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에서는 예전부터 큰 그릇에 밥을 담고 부식대신 곡물 위주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곡물 배급량이 영양 공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북한이 최근 공공 배급량을 잇달아 줄이는 것은 외부의 식량지원이 막히고 가을걷이도 2개월 이상 남은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북한의 농작물 작황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좋았지만 식량부족 현상은 여전하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식량 수요량은 645만t인 데 반해 공급량은 480만t으로 약 165만t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지원량이 대폭 축소돼 1997년의 식량 위기가 재현될 것이라는 분석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권태진 농촌경제연구원 북한농업연구팀장은 “현재 감자, 보리, 밀 등 이모작 작물을 수확하는 시기지만 8월에 접어들면 다시 식량사정이 악화될 것”이라며 “외부 지원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WFP는 올 하반기 외부의 식량지원 파이프라인이 막혀 있어 360만 취약계층이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박모(30.대학원생)씨는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안타깝다면서 “남한에서 음식물 낭비가 사회 문제가 되는 것을 보며 부끄럽기도 하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