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지원 통한 관계개선’ 盧정부 전철밟나?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중단됐던 대북 쌀 지원 재개를 놓고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와 청와대는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신중론도 다소 불투명하다. 북한 신의주에서 홍수로 가옥과 농경지 유실 보도가 나오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쌀 지원에 다소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대북 쌀지원에 대한 논의는 22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당·정·청 9인 회의에서 참석 쌀 지원이 대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북한이 수해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점, 쌀 재고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지원 재개 의견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23일 “당·정·청 9인 회동에서 안 대표가 북한의 압록강 지역 수해피해가 심한 상황에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 쌀 지원문제에 대한 정부의 의견을 물었다”고 전했다.


안 대변인은 “정부 측은 이에 대해 ‘검토해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하며 “한나라당은 정부의 답변이 오면 그 뒤에 대북 쌀 지원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나오는 찬성 입장은 장기적으로 김정일의 유고 등 북한의 급변사태 시 우리가 그 주도권을 유지하기위해 북한과 대화의 고리를 유지해야한다는 이유로 대북지원과 대북재제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도 23일 열린 국회 운영위 인사청문회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쌀 지원문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내정자는 “신의주에 물난리가 나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고 하는데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생각해야 한다”며 “인도적, 정치적 차원은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역시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치며 조속한 대북쌀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쌀 농가의 어려움도 해소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세계적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대북 쌀 지원이 하루 속히, 조건 없이, 자존심 상하게 하지 말고 즉각 지원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도 “대북정책의 상호주의 원칙 하에서도 인도적 식량지원은 예외”라며 “북한 주민이 입을 재난에 대한 인도적 지원으로 남한의 재고량이 넘치는 쌀을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는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대북 쌀 지원 재개를 두고 아직은 정중동 행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안 대표가 쌀 지원 재개를 제안했지만 당에서 불쑥 내놓을 사안이 아니라 긴밀한 당정협의를 거쳐서 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당정간 쌀 지원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조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도 “정부는 대북 쌀지원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사실이 없다”며 “대북지원사업을 원칙적으로 고려하되, 다만 영유아등 취약계층에 대한 순수한 인도적 지원은 유지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만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도 북한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쌀 지원 재개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대북 쌀 지원 문제는 현재의 남북관계, 외교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문제”라고 밝히면서도 “정부측이 안 대표의 ‘검토 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적극 환영할 만한 일이나 인도적 지원을 통해 남북관계를 풀어갔었던 노무현 김대중 정부와는 차별성을 두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그동안 노무현정부와 김대중 정부는 인도적 지원과 남북관계 개선의 병행 전략을 써왔는데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하면 노무현 정부와 차이점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해야할것은 지원된 물자가 북한주민들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분배 투명성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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