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지원 유보에도 남북관계 예정대로(?)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우리측의 쌀 지원 유보 방침으로 사실상 결렬되면서 남북관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일단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 모습이다.

남북은 7∼8일 개성에서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을 위한 실무협의를 갖기로 했다. 우리측의 지난 4일 제안에 북측이 곧바로 응한 것으로, 쌀 지원 유보와 상관없이 남북경협 사업을 차질없이 끌고 가려는 북측 방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남측의 쌀 지원 유보 방침이 이미 확정됐던 지난달 24일에도 군사 실무회담을 열자고 제안, 8일 남북 군사당국이 머리를 맞댄다.

아직까지는 쌀 지원 유보로 남북관계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열린 작년 7월 제19차 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의 쌀 지원 유보 방침을 확인한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취소하고 당국 간 대화를 단절하는 등 강력 반발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장관급 회담에 임한 북측 태도가 작년과는 달리 오히려 우리가 미안해질 정도로 진지하고 차분했다”면서 “이 같은 북측의 태도와 회담 이후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때 쌀 지원 유보에도 남북관계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 같다”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렇지만 쌀 차관 유보가 남북관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우선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이나 군사 실무회담 등 현재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일정들이 모두 북측이 아쉬워하는 사안이라는 점 때문이다.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은 남측이 올해 의류, 신발, 비누 등 경공업품 생산용 원자재 8천만달러 어치를 북측에 제공하면 북측이 지하자원 생산물, 지하자원 개발권 등으로 갚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작년 6월 합의됐지만 이행되지 못하다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이 지난달 17일 진행되면서 1년 만에 빛을 본 것으로, 남측은 오는 27일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500t 북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공업 원자재 제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해 경제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북측으로서는 눈앞에 다가온 경공업 원자재를 포기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군사 실무회담에서 다룰 서해 공동어로 수역 설정, 북측 민간선박의 해주항 직항 운항, 임진강 수해방지 및 한강하구 골재채취 등도 북측이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어 북측이 회담을 먼저 제안했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북측의 의중은 오는 14∼17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6.15 민족통일대축전에 남측 당국 대표단을 초청할 지 여부에서 보다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지난 3월 제20차 장관급회담에서 6.15행사에 당국 대표단도 적극 참가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행사를 일주일 정도 앞둔 현재까지도 당국 간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참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북핵 2.13합의와 쌀 지원을 연계시킨 남측을 `외세에 동조해 민족 공조를 저버렸다’고 비난하고 있는 점에 비춰 `우리 민족끼리’ 정신의 상징으로 여기는 6.15행사에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반면 북측이 그동안 6.15행사에 남측 당국의 참여를 강하게 요구해온데다 남북관계를 흔들었다가는 경공업 지원 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남측 당국을 초청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북측 주최의 행사인만큼 먼저 초청 의사를 타진하지는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민간 사이의 행사 협의 과정에서는 북측이 당국 참여 여부에 대해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들었다”면서 “당국의 참여 여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