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지원 유보…남북 장관급회담 순항할까

제21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29일부터 나흘 간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은 지난 17일 진행된 역사적인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으로 남북관계에 훈풍이 감지되는 상황에서 열리지만 지지부진한 북핵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결과를 낙관하긴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북핵 `2.13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서 정부가 이달 말부터 제공하기로 했던 대북 쌀 지원을 유보함으로써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BDA문제가 조만간 풀려 2.13합의가 이행된다면 쌀 지원은 곧바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 강조한 뒤 철도 부분개통과 군사적 긴장완화 등 현안을 적극 논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아울러 장관급회담이 남북 간 정례적 만남 중에서는 최고위급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다소 실무적으로 진행됐던 회담의 위상을 격에 맞게 끌어올린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 쌀 지원 유보 회담 영향 미칠까 = 작년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열린 제19차 장관급회담을 떠올리면 쌀 지원이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실감할 수 있다.

당시 쌀 지원과 비료 추가 지원을 유보한 남측의 방침에 북한이 강력 반발하면서 회담은 공전만 거듭한 채 예정된 일정보다 하루 일찍 종료됐고 이후 남북관계는 급속히 냉각됐었다.

정부는 일단 이번 21차 회담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5일 기자와 만나 “쌀 차관과 장관급회담은 별개의 사안으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쌀 지원에 합의해 차관계약서까지 교환한 지금과 작년 장관급회담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실제 북한이 회담 자체를 보이콧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북한은 25일 판문점 연락관접촉을 통해 참석 의사를 밝혔고 이 자리에서 쌀 문제는 언급도 하지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회담장에서는 다소 간의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체 식량난은 차치하고라도 북한은 대북 쌀 지원 여부를 남측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에 동조하느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잣대로 삼고 있어 생각보다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2.13합의를 비롯한 핵문제와 연계시키는 듯한 남측의 태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는 점도 북한이 남측의 쌀 지원 유보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 철도 부분개통 적극 제기할 듯 = 북측이 남측의 쌀 지원 유보 배경을 이해하거나 회담 전에 BDA문제가 해법을 찾는다면 생산적인 회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 열차 시험운행으로 조성된 남북 간 화해분위기를 살려 철도 부분개통을 적극 요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통근 및 개성공단 물자 수송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 통근 및 개성관광 관광객 운송 ▲서울-평양 등 남북 간 정기열차 운행 등 3단계에 걸쳐 철도 개통을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이 중 1단계에 대한 합의라도 이번 회담에서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가 1만5천명을 돌파하면서 버스와 자전거 만으로는 출퇴근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으로, 북측도 출퇴근용 열차 운행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철도 개통을 위해서는 군사보장 합의서가 필수적인 만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도 자연스레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이재정 장관이 강조하고 있는 장관급회담의 위상 격상문제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는 분석이다.

이 장관은 `한반도 평화’가 장관급회담의 의제가 될 것이라며 “평화선언이나 평화협정,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제도와 틀, 좀 더 과감한 투자개념 등이 논의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 등은 군사회담에서 논의할 수도 있지만 장관급회담이 최상위 회담인만큼 이 자리에서도 충분히 진지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관급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기대처럼 군사적 문제까지 심도있게 다룰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북측은 장관급회담에서 군사 문제에 대해 “우리 소관 사항이 아니다”며 논의를 피하는 경우가 많았고 실제 재량권도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6자회담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평화체제 전환 등 한반도 정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기에는 국내외 일각의 `남북관계만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속도조절론’이 부담스럽다.

정부 당국자는 “쌀 문제 못지않게 6자회담 상황이 회담에 임하는 정부의 스탠스를 정하는데 상당히 신경쓰이는 대목”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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