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자루의 쌀 떨어지듯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병원에서 치료중인 우 모씨 ⓒ데일리NK

“다리에서 떨어지면서 ‘이렇게 죽나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사람들이 다리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쌀자루에서 쌀이 떨어지는 듯했다. 제 정신이 아니었다.”

부부 동반으로 금강산 관광길에 올랐던 우만영(64·남)-이금표(59) 씨 부부는 갑작스런 다리 붕괴 사고로 관광도 채 마치지 못하고 급하게 서울에 있는 한 병원으로 호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목과 허리에 심한 골정상을 입었지만 “목숨만 건진 것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현대아산은 지난 15일 오전 10시40분께 금강산 구룡폭포 인근 출렁다리인 무룡교를 지탱하는 철제 로프가 풀려 관광객들이 5m 아래 하천 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와 관련, 다친 관광객은 모두 2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16일 밝혔다.

현대아산 측은 부상자 수가 늘어난 것과 관련, “사고 당시 확인된 부상자는 24명이었으나 이 중 4명이 금강산 관광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잔류했고, 20명이 남측 CIQ를 통해 이송됐다”며 “부상자와 함께 병원에 도착한 보호자 18명 중 4명이 추가로 통증을 호소함에 따라 부상자는 총 28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우 씨 부부도 이날 다리에서 함께 떨어져 서울의 모 병원으로 이송됐다. 우 씨는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나 마음이 부풀어 있었지만 예고치 않은 사고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했던 현장의 모습을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표현했다. 우 씨는 사고 발생 전까지 금강산을 붉게 물들인 단풍의 향내에 심취해 아내와 함께 경치를 만끽했다. 구룡폭포를 향하는 길에 있는 출렁다리 무룡교가 나타났고 출렁거리는 다리의 리듬에 맞춰 가벼운 마음으로 발을 디뎠다.

우 씨는 “무룡교는 5명이 한꺼번에 건널 수 있을 만큼 폭이 넓었고, 다리를 지탱하는 와이어도 두꺼워 전혀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단풍철을 맞아 관광객들이 워낙 몰리다 보니 어느덧 무룡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올라서게 됐다. 순간, 우 씨는 다리의 흔들림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이상한 기분이 든 우 씨는 난간 줄을 꽉 붙잡았다. 줄을 붙잡고 다섯 발자국 정도 움직였을까. 갑자기 ‘퍽’하는 소리가 나며 우 씨는 약 7m 아래 바위 위로 떨어진 후 하천으로 미끄러져 내렸다.

무룡교를 지탱하는 와이어를 고정시키는 철제 버클이 관광객들의 하중을 못 이겨 풀어진 것이다. 한 쪽 와이어가 풀어지자 출렁다리는 휘청했고, 다리는 사람들과 함께 한쪽으로 쏠렸다. 우 씨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휘청하는 다리에서 하천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 씨는 “정말 갑작스러웠다, 건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우 씨가 떨어진 뒤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다리에서 떨어졌다. 바위에 떨어져 하천으로 미끄러졌던 우 씨는 “계속해서 자기 위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깔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순발력을 발휘해 다리를 붙잡고 매달려 있던 사람들도 힘에 부쳐 어쩔 수 없이 하천 바닥으로 뛰어내려야 했다.

현대아산 측은 안전을 위해 5~10명 이상이 한꺼번에 다리를 건너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다리에는 어떠한 위험 신호도, 안내원도 없었다. 남측과 북측 관리 요원들이 달려오기까지 우 씨와 부상자들은 하천 바닥에서 신음하고 있었다는 게 우 씨의 설명이다.

다리 밑으로 떨어져 신음하던 우 씨는 사람들이 모두 떨어지고 나서야 어디선가 나타나 다급하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하는 안내원을 볼 수 있었다. 우 씨는 “다리에서 떨어지면서 ‘이렇게 죽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허리 쪽에 심한 골절상을 당한 우 씨의 아내 이 씨도 “사람들이 다리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쌀자루에서 쌀이 떨어지는 듯했다”며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사고 당시 끔찍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현장에 도착한 요원들은 단 3개의 들 것 만으로 부상자들을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고현장에서 차가 다닐 수 있는 온정각 까지는 왕복 2시간 반 정도의 거리였고 당연히 구조는 지체됐다. 나중에는 하천 바닥으로 줄을 내려 부상자들은 줄을 잡고 올라가야 했다고 한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절뚝거리며 겨우 산을 내려온 우 씨 부부는 또 다른 부상자들과 함께 남측에서 보내온 앰뷸런스를 타고 속초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치료를 받은 후 현재는 서울의 한 병원으로 옮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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