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잡곡 5대 5 비율 3∼5일분 배급했다”

평성에 거주하는 화교 A씨는 설 연휴가 시작된 21일 중국 단둥(丹東)에 도착했다. 김정일 사망 이후 한 달여 만에 중국 방문 허가를 받았다. A씨는 단둥에서 중국 대방(무역업자)들과 만나 북한에 들여갈 물건을 예약하고 다음날 친척들이 있는 센양(陽)으로 출발했다.


22일 센양에서 만난 A씨에게 북한 당국이 예고한 주민 배급이 실제로 진행됐는지를 물었다. A씨는 화교라 이번 배급에서 제외됐다고 말했다. “우리(화교)들은 따로 주지 않았고 평백성들은 나눠줬다”면서 “쌀과 잡곡을 5:5 섞어서 배급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평성에서도 사는 동·리(洞·里)에 따라 3일분을 준 곳이 있고 5일분을 준 곳이 있다고 한다. 우리 인민반은 3일분을 줬다.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어떤 동에서는 잡곡에 젖은 강냉이(옥수수)를 섞어 주는 바람에 운이 없는 사람들은 썩은 것을 받아 속상해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나오면서 신의주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쌀과 잡곡이 아닌 강냉이국수를 준 곳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각 시군 양정사업소의 고충이 읽히는 대목이다. 곡물이 부족하자 당국의 배급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국수까지 동원했다는 말이다. 옥수수국수는 다른 곡물에 비해 비용이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


A씨에 따르면, 당국은 곡식 외에 물고기도 공급했다. 그는 “이것도 ‘김정은 동지의 지시’로 공급했는데 도루메기(도루묵의 북한어) 1마리를 살 수 있는 2800원짜리 공급표를 줬다”고 말했다. 이 배급표를 들고 상점에 가서 2800원을 내면 도루메기 1마리를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싱싱한 도루메기가 3300원이기 때문에 2800원을 내고 국영상점에서 도루메기를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외화거래를 단속하라는 지시에 대해서는 “인민폐(중국 위안화)를 못쓰게 하면 나 같은 사람은 살기가 힘들지. 물건을 가져올 때 인민폐를 내야 하는데 거래 못하게 하면 내가 장사를 못한단 말이야. 그것도 결국 아까 말한 대로 원상회복 될 것으로 본다. 그루빠(검열대)가 내려와 환율단속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대부분 집에 가서 몰래 바꿔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화 단속에 걸린 사람도 돈을 먹이면 찾아올 수 있다. 그걸 다 어떻게 막나. 간부들도 외화를 좋아하는데 그걸 단속하라고 하면 단속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A씨에게 김정일 조문기간 풍설(風說)에 대해 묻자 그는 김정일 사망 관련 소문을 전했다. 그는 “들어보니까 장군님이 울화로 서거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에 와서 수만리를 다니면서 인민생활 개선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몸과 마음이 쇠약해졌다고 한다. 그 뒤로 많이 앓다가 돌아가셨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또한 “김일성은 신처럼 살아서 80(세)을 넘겼는데 김정일은 평범해서 빨리 죽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앞날이다. 세대주가 죽어도 3년은 고생하는데 나라 수반이 죽었으니 또 90년대처럼 고생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라고 현지 민심을 전했다.

A씨는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사업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설날에 쉬지도 않고 105땅크사단을 찾았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땅크를 몰아 기술이 좋다고 한다. 여러 우상화가 많다. 나이는 작년에는 서른 살이라고 하던데 올해는 33살이라고 한다.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생긴 것은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조문 기간에 울지 않은 사람도 있냐고 묻자 “아는 사람들끼리는 모여서는 이런저런 소리를 하지 않겠냐”라며 즉답을 피했다. 


A씨는 10일 이후로는 김정일 추모행사는 그동안 없었다고 했다. 김정일 사망 이후 바뀐 것이 있냐고 묻자 “크게 바뀐 것이 없다. 그런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하는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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