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300배·환율 240배 고공행진 北경제 결국…

북한이 2009년 11월 말 화폐개혁을 실시한 이후 2년여간 물가와 환율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09년 화폐개혁 직후인 12월 쌀값과 환율이 한때 각각 25원(1kg), 38원(1달러)으로 조정되기도 했지만 이후 꾸준히 올라 올해(1월 중순) 평양 기준 최고가 7700원, 9300원까지 올랐다.


2009년 화폐개혁 직후 기준 쌀값은 300배, 환율은 240배 오른 셈이다. 북한의 쌀값과 환율은 현재까지 다양한 대내외 요인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화폐로서의 가치를 상실해 국가 경제가 파탄 난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마르크화와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러한 ‘하이퍼인플레이션(초인플레이션)’이 대북제재보다 더 북한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쌀값은 북한 주민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만큼, 북한의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주민들의 생활고는 점점 가중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쌀값에 영향을 미치고, 환율과 쌀값 상승은 북한 농·수산물과 공산품 가격 상승을 부채질한다. 때문에 외화를 보유하지 않고 하루 벌어 하루를 먹는 빈곤계층은 고물가에 장사 밑천을 까먹는 경우도 태반이다.    


특히 이러한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도·소매상 등 실물경제 주체들의  북한 원화에 대한 불신인 만큼,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북한 시장에서 외화 유통량이 늘어 결국 북한 돈이 화폐 가치를 거의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신의주 최초 쌀값 7000원 돌파…혜산 7500원까지”=환율상승은 평양뿐만 아니라 청진, 혜산 등 북한 전역에서 발생하는 상황이다. 쌀과 공산품 등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평양에 비해 지방의 물가 상승폭이 더 큰 편이다. 평양도 최근 들어서는 식량 공급 부족으로 물가 불안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신의주, 혜산 등 북한 주요 도시들의 쌀값과 환율은 1월 하순 기준 평균 1kg당 7000원 대까지 치솟았다. 전달에 비해 1000원에서 크게는 1500원이 오른 가격으로 공산품도 동반 상승했다.


신의주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1월 초 북한에서 제일 먼저 7000(kg)원 선을 넘어섰고 혜산은 12월 6500원에서 1월 초에 7500원까지 뛰었다. 환율도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대략 2000원 상승해 1월 중순까지 1달러에 9000원 선에서 거래됐다. 


함경북도 회령시 같은 경우도 쌀 가격이 1월 초 6300원에서 같은 달 중순 1000원이 오른 7300원까지 올랐고, 환율도 달러당 8000원에서 1300원이 오른 9300원 선에서 거래됐다.


양강도 혜산 소식통은 이와 관련 “환율과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고, 내일 또 어떻게 바뀔지 몰라 그날 정해진 쌀값이 별 의미가 없다”면서 “장마당에서의 모든 상거래가 물가 불안으로 혼란스럽고 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자는 영세한 상인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1월에 쌀값과 환율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2월에 접어들면서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2월 말 현재 북한 전역 쌀 가격과 환율이 각각 6500원과 8000원 선으로 소폭 하락했다.


소식통들에 의하면, 이번 하락 기조는 평양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 쌀값이 하루에 200~300원씩 하락했다. 2월 6일 평양에서 2500원정도 대폭 내린 5200원에 쌀이 거래되기도 했고 신의주와 혜산 지역 쌀값도 7000원 선이 붕괴돼 6000원 선에서 거래됐다. 환율도 8000원 대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란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평양 소식통은 “평양의 환율과 쌀값은 북한 전역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평양 환전상과 쌀 소매상들이 각 지역과 연락 체계를 갖추고 매일 한번에서 몇 차례 전화로 환율과 쌀 가격을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혜산 소식통도 “북중 무역을 통해 쌀을 수입하는 외화벌이 기업소들이 수입한 쌀을 평양 또는 함흥 이남 지역으로 공급한 바 있다”면서 “평양의 물가 폭등을 우려한 북한 당국의 지시에 의해 이들 기업소들이 평양 쪽으로 쌀을 공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설명절과 김정일 생일이 일주일 간격으로 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월에 일시적으로 북한의 쌀값과 환율이 다소 떨어졌지만 북한의 식량 공급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 특히 북한은 현재 원화보다 위안화와 달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북한의 화폐가치는 더욱 하락할 전망이다. 


이영훈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저술한 ‘북한의 하이퍼인플레이션과 개혁개방 전망’에서 “북한은 화폐개혁 이후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어 왔으며, 앞으로도 임금인상 등으로 인해 물가는 당분간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계속)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


급격하게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 상승 현상이 통제를 벗어난 초인플레이션 상태를 말한다. 즉 정부나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과도하게 증대하거나 생산량이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물가상승으로 인해 거래비용을 급격하게 증가시켜 실물경제에 타격을 미친다. 또한 한 나라의 경제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태를 말하기 때문에 유효수요 증가가 물가만을 더욱 누적적으로 올려 화폐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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