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겁게 끝난 미중 정상회담?…결단은 누가 내리나

‘싱겁게 빈 손으로 끝난 회담(?)’

트럼프와 시진핑 두 정상간 회담을 보는 세간의 평가다. 심지어 미 주류 언론들의 톱 화면을 장식한 건 미국의 시리아 폭격이다. 미-중 회담은 한참이나 순위가 떨어질 정도다. 하긴 공동 기자회견은커녕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않았으니 언론도 ‘알맹이’가 없다고 판단했음직 하다.

“(중국과)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made tremendous progress in relationship with China)”는 트럼프의 발언이나 “북핵 위협의 시급성(urgency of the threat of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program)”에 양 정상이 “동의(agreed)’하고 “평화적으로 함께 협력(work together to resolve the issue peacefully)”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설명은 상투적인 수사다.

미-중 정상회담은 미-일 정상회담과는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과는 비공식적이고 기록이 남지 않을 솔직한 대화가 가능했을 것이다.

독자적인 대북 군사작전을 할 테니 일본은 미국을 전적으로 믿고 지지하고 따라오겠느냐는 과감한 제안도 트럼프라면 서슴없이 했을 수 있다.

중국에게 그렇게 직설적으로는 말할 수 있었을까? 시리아 폭격은 간접화법이다.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 중국. “쟁취할 수 없는 것을 협상으로 얻으려는(Turner Joy 1955)” 공산주의자들과 합의란 “강제된 양보의 결과(Leites 1951)”이거나 파행이기 십상이다(Leites 1951).

북핵이 중국에게 정말 미국과 공유해야 하는 ‘공동의 위협’일까?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는 한 번의 만남으로 좁혀질 수 없다는 것만이 확인됐다. 남은 수순은 무엇일까? 결국 사람의 문제로 남았다.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이 선택 가능한 모든 옵션에 관한 제도적 검토는 끝이 나 있는 상태로 보인다. 최종 정책결단은 일정 조건이 맞아 떨어지면 시스템 상에서 자동 결정되는 일이 아니다. 오로지 사람의 인식과 판단이 최후의 선택을 택하는 것이다.

물리적인 북핵 제거의 가능성을 반복적이고 일관되게 공개적으로 내비친 미국의 조야가 아무런 명분 없이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할까? 그것이야말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트럼프식 막무가내형 의사결정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자기 방식의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 대를 잇는 북한의 핵 도발도 내재적 합리성을 갖춘 걸로 평가하거늘 미국이 그보다 못할까?

괴짜 같은 트럼프라도 핵 문제 같은 중차대한 안보문제에 행정부-의회가 각본이라도 짠 듯 ‘아님 말고 식’의 발언을 남기는 것이 얼마나 미국의 ‘국격’을 떨어트리는 것인지 정도는 알고도 남음이 있다. 불과 68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시리아 폭격이 ‘행동할 수 있는 미국’을 암시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트럼프는 금요일 저녁 미-중 정상 만찬이 끝나고서야 시리아 폭격 사실을 시진핑에게 알렸다. 시진핑의 반응은 미국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understood)’한다며 발사된 미사일 숫자와 폭격의 배경(rationale)을 알려준 데 ‘감사(appreciation)’를 표했다고 틸러슨은 발표했다.

동북아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안보지형도는 크게 다르다. 그럼에도 신속한 미국의 시리아 폭격은 가능성(possibility)이 개연성(probability)의 확인으로 진화하는 일이 얼마나 신속할 수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산악지형이 면적의 80%를 차지하는 북한의 지리적 속성상 사막 위에 세워진 중동의 도시나 군사기지를 미사일로 폭격하는 것 같은 작전은 불가능하다는 논리가 지난 20여 년 간 펜타곤을 지배해 왔다.

이런 지리적 한계를 첨단 과학의 발달이 극복하고 군사작전의 범위를 확장시켰다는 것 또한 진실이다. 8미터가 넘는 지하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벙커버스터(Bunkerbuster)가 최초로 개발된 건 이미 1991년 이라크전쟁 때다.

요는 미국의 군사적 선택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최종 의사결정자인 인간 판단의 문제에 달렸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대북 군사작전을 감행한다면 그 범위는 어떻게 될까? 첫째, 핵-미사일 시설만 정밀 파괴한다. 둘째, 평양의 지휘부도 함께 타격한다. 셋째, 핵 시설과 김정은 및 소수의 핵심 지도층만 제거한다.

이 중 남북이 전쟁의 상황으로 몰릴 개연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는 둘째와 셋째다. 더구나 이 둘은 시행도 어렵다. 이 대목에서야말로 북한은 중동과 다르다는 이유가 크다.

중동에서 미군의 비밀작전이 가능한 것은 언어사용에 무리가 없고 외모의 벽이 높지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고도로 훈련 받은 그 어떤 미국 요원도 북한에선 무용지물이다.

북한 말에 아무리 능숙한들 눈에 띄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분을 세탁할 수도 없다. 한국의 휴민트(인적 정보망)가 독보적이었던 이유다.

앞으로 미국은 경제제재를 뛰어넘는, 이제까지 쏟아낸 발언을 종합하여 그에 상응한 ‘과감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그것이 곧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대북 군사작전으로 인해) 남한을 향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뒤따르더라도 그것이 남북 간 전쟁이 되느냐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포기(또는 유예)하더라도 남한 내 전술핵 재배치 같은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도 하등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 돼 버렸다.

지금은 한반도 전쟁의 가능성보다 미국의 대북 군사 조치의 개연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그 촉발시점과 방법은 향후 몇 주간 북한의 반응에 달렸다.

때마침 4월은 북한에게는 정치의 계절이다. 줄줄이 이어진 정치적 이벤트에 핵이나 미사일 실험이 포함됐으리란 짐작은 어렵지 않다.

이 충돌 양상의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줄 명분과 해법을 중국이 막후에서 발휘할까? 북한의 평화공세가 서서히 시작될 타이밍이기도 하다.

미중 회담은 가시적 성과 없이 끝난 듯 보인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진실은 밝혀지는 경우란 국제정치사에서 왕왕 있는 일이다.

시리아 폭격에 사용된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실은 중국 의존도가 대단히 높은 물품이다. 중국산 희토류가 들어간 부품이 미사일 명중률을 높이는 데 필수적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희토류의 대미 수출을 금하지 않는다. 미국의 토마호크 재고량은 대략 3천 기로 알려져 있다. 이번 시리아 폭격에 60기 정도가 쓰였다. 미국의 재고량은 여전히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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