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6자 외교장관회담은 北아이디어

북핵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들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23일 싱가포르에서 비공식 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북한의 제안과 적극적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6자회담 일부 참가국들이 8월초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전후한 시점에 장관급 회담을 갖자는 제안을 하자 올림픽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싱가포르 회담을 강력히 주장했다고 북핵 현안에 정통한 고위 정부 소식통이 22일 전했다.

이 소식통은 “당초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은 가급적 6자 외교장관회담을 베이징에서 개최하고 싶었고, 6자회담 참가국간에 이를 위한 협의가 진행됐었다”면서 “의견조율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싱가포르 회담이 성사된 것은 북한의 적극적인 자세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공식 형식의 6자 외교장관회담을 싱가포르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한 것은 박의춘 외상이 ARF에 참석하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나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시한(8월11일)을 앞두고 가급적 미국과 국제사회에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과시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처럼 회담에 적극성을 보임에 따라 미국 등은 회담에서 북측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1일 싱가포르 방문을 위해 아시아로 향하던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비공식 6자 장관회담에서 “북한의 (핵 폐기) 의무가 완료되고 검증체계가 정말로 수립돼야 한다는 매우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검증체계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를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도록 신뢰를 주는 것이어야 한다”며 “고농축우라늄(HEU)을 포함,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해서 북한이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 신고 내용 검증과 관련해 미국이 확인해야할 사안은 모두 거론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하지만 라이스 장관은 “나는 이번 회동을 역사적, 기념비적이거나 중대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양측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하나의 기회로 양국간 협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이 주도해 성사된 이번 회담에 대한 경계감도 함께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라이스 장관을 수행해 싱가포르에 도착한 미국측 6자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같은 날 기자들에게 미국은 이미 북한에 과거 핵 활동 검증 방안을 제시했다고 소개하면서 “우리는 북한이 (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가지고 돌아올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6자 외교장관회담에서는 핵 신고내용 검증과 관련해 미국의 강력한 주문과 북한의 대응이 오가는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적극적인 협상자세가 테러지원국 해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전술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협상의지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협상을 해보면 드러나게 될 것”이라면서 “싱가포르 만남은 비공식 회담이지만 성과가 있을 경우 공식 장관급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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