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북미 `핵신고 담판’ 어떻게될까

북한과 미국간 8일 `핵프로그램 신고’ 담판을 하루 앞두고 북핵 외교가의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담판에 나설 북한과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7일 속속 싱가포르에 도착하고 한국과 일본 등 관련국들의 6자 수석대표들이 9일께 베이징(北京)으로 향해 힐 차관보 등과 싱가포르 회담 결과를 놓고 향후 대책을 집중 숙의할 전망이다.

특히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신고서 내용에 동의할 경우 곧바로 북한과 미국이 합의한 핵 신고서가 6자회담 의장국 중국에 제출되고 이는 곧 6개월여 장기 공전에 빠진 6자회담의 재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내에서는 북한에 약속한대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할 전망이어서 낙관적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전개될 경우 한반도 정세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정통한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일단 현재의 상황은 부정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미국 측에서 지난 제네바 협의 이후 ‘북한의 결정이 내려진 뒤에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김계관 부상이 요청한 추가 회동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 만큼 북한 측이 핵 신고 문제에 대한 최종입장을 갖고 싱가포르에 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북한 측의 최종입장을 토대로 현안인 우라늄농축과 핵협력 의혹 문제에 대한 양측의 최종 담판이 시도될 것으로 보이며 타결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북.미 양측이 그동안 핵 신고서에 담길 내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왔으며 막판 쟁점에 대한 조율도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부 표현을 둘러싼 의견교환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플루토늄을 비롯한 핵시설과 관련 물질 ▲우라늄농축 ▲핵협력 의혹 등 3개 항목으로 하고 이 가운데 플루노튬 등 공개하기로 한 부분은 합의문으로 발표하고 공개하기 어려운 부분은 비공개 양해각서로 처리하기로 하는 등 이른바 ‘분리신고’ 방식을 채택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북한이 신고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검증을 하되 추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양해각서에 담기는 내용은 북 측의 `간접시인’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이 자신의 이해사항을 기술한 뒤 북한이 이를 적절한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중국이 1972년 미.중 간에 체결된 `상하이 공동성명’을 참고해 제안한 아이디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우라늄 활동과 핵확산 활동에 개입했다는 것이 미국의 이해사항’이라고 기술하고 북한은 이런 내용을 ‘반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박하지 않는다’는 제3자적 표현과 관련, 미국 측은 표현수위가 높은 ‘인정했다(admit)’ 등을, 북한은 ‘인식하고 있다(acknowledge)’거나 ‘이해한다(understand)’ 등의 표현을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사소한 것 같지만 북한으로서는 ‘국가의 신뢰와 위신’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 막판까지 표현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고수할 경우 협의가 어려운 상황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소식통은 “사소한 것 같지만 핵 신고서에 담기는 내용이 추후 검증대상이 되기 때문에 북한은 매우 신중하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북한측이 이번 기회를 다시 잃을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없는 방향으로 치닫게 된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그동안 북한을 설득할 만큼 설득했으며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방안을 북한에 제시했다”면서 “북한이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린다면 핵신고 해결을 위한 에너지를 다시 얻기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자국내 강경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의욕적으로 북한을 설득해 오던 힐 차관보도 최근에는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시간을 끌 여유와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 대선 등 줄줄이 예정돼 있는 대형 정치이벤트를 고려해도 핵신고 문제를 이번에는 돌파해야 한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울러 오는 8월 말이면 미국 양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가 결정돼 부시 행정부가 레임덕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도 변수다.

그러나 정통한 정부 소식통들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싱가포르 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저련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회동에 임한 만큼 사태를 악화시킬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특히 8월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이 상황을 관리할 충분한 카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진실하고도 확실한’ 고백을 하기는 힘들어도 이번 고비를 넘는데 충분한 정도의 ‘절충’을 통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있을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북.미 양측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타협점을 찾을 경우 중국은 곧바로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의견을 수렴해 신고서 제출을 계기로 6자회담의 재개 등 다음 수순으로 넘어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바로 핵 신고서에 담긴 내용의 검증과 함께 핵시설 폐기라는 비핵화 3단계를 위한 로드맵 마련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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