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 카드’는 엄포용?…”재개 원칙 세워야”

정부가 천안함 5·24조치에서 천명한 대북 심리전을 현재까지 재개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상에 해안포를 발사했음에도 우리 측이 즉각적인 대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선 국방부의 미온적 태도에 비춰볼 때 심리전을 재개할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군 당국은 그동안 ▲심리전 즉각 재개(5월 24일)→▲유엔안보리 논의 이후 실시(6월 15일)→▲추가 도발시 제재수단으로 활용(7월 16일)→▲본격 검토하고 있으나 北특이 동향 없음(8월 11일) 등의 입장변화를 보여 왔다.


즉 현재는 천안함 사건 대응조치로서의 심리전 재개가 아니라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에 실시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군은 대북 심리전 재개를 위해 군사분계선(MDL) 11개 지역에 확성기를 설치해 놓았고 심리전단은 6개 작전기지에 11종, 123만장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북심리전은 FM 전파를 이용한 대북 방송이 유일하다.


이처럼 천안함 사건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받아 내겠다는 방침에 따라 북한의 ‘아킬레스 건’을 직접 타격할 수단으로 유력해 보였던 ‘대북 심리전’ 조치가 사실상 가동조차 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북한의 반발에 따른 속도조절’ ‘개성공단 인질화 우려’ ‘G20 정상회의’ 등을 고려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군은 5·24조치에 따라 대북 심리전을 재개할 방침이었으나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자 심리전 재개를 연기했다. 북한은 “조준격파사격”(5월 26일 남북장성급회담 북쪽 단장 명의 통지문), “서울 불바다”(6월 12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중대포고’) 등 강하게 반발해 왔다.


북한이 확성기 조준격파 등을 운운하며, 격한 반응을 보이자 군은 “유엔 안보리 논의 후” 실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심리전에 성공하고 있다”는 해석까지 군으로부터 나왔다. 이에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을 나았다.


또 대북 심리전 재개가 개성공단 폐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대표단장은 지난 5·24조치 직후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할 경우 “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에서 남측 인원, 차량에 대한 전면 차단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시 외교 소식통은 “대북 심리전 재개는 개성공단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면서 “대북 심리전 재개로 휴전선에서 북한의 도발이 발생할 경우 개성공단 직원들의 신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천안함 사건이 안보리에 회부된 만큼 국제사회의 협조를 얻기 위해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지 않기 위해 심리전을 재개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분석이었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당시 북한이 조준사격을 할 경우 “그것의 2배의 대응사격이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대북 심리전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상황과 같이 고려해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정부는 유엔안보리에서 천안함 관련 의장성명(7월8일)이 채택된 후에도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말을 바꿔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대북 제재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안보강사 대상 천안함 조사결과 설명회에서 류제승 국방부 정책기획관은 “대북 확성기는 11개소에 설치했고 북한의 추가 도발시 추가 제재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북 심리전 재개가 북한에 상당한 압박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제재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 9일 북한이 해안포 117발을 발사했음에도 군은 대북 심리전 재개를 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심리전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 없다고만 밝혔다.


이에 대해 전날 나포된 대승호 송환에 있어 대북 심리전 등의 맞대응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로 심리전을 재개하지 않았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11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전까지 대북 심리전 재개가 힘들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재 정부가 G20을 앞두고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을 부추길 수 있는 대북 심리전을 보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류 정책기획관이 “G20 정상회의와 북한의 반응 등을 고려해 (대북 심리전) 실시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해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린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도발하면 심리전을 재개한다는 원칙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나, 정부 입장에서는 G20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기 때문에 심리전 재개는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심리전 재기시기를 놓친 만큼 향후 재개 원칙을 확고히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단호한 대처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 심리전을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대남 도발 등의 위협을 통해서 남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기회로 G20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의 도발시 재고 없이 심리전을 재개한다는 확고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대북 심리전은 천안함 사건 이후 바로 실시했어야 명분뿐 아니라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현재 북한이 심리전 재개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추가 도발시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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