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아버지 심장의 못을 빼드리고 싶다”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 앞. 두 남자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긴 머리에 검정 정장 차림으로 먼저 총질을 시작한 남자는 해적 ’씬’. 단정한 회색 옷의 또다른 남자 ’세종’은 바닥을 굴러 총을 피하고 있다.

26일 오후 기대작 ’태풍’의 막바지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부산에서 곽경택 감독을 만났다.

12월 중 국내에 선보일 ’태풍’(제작 진인사필름)은 남북한으로부터 버림받고 동남아를 근거지로 활동하며 한반도에 복수를 시도하는 해적 ’씬’(장동건)과 그로부터 조국을 지키려는 남한의 해군 장교 ’강세종’(이정재) 사이의 운명적인 대결을 그린 영화로 1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블록버스터다.

영화는 곽경택 감독에게는 ’똥개’ 이후 2년만에 선보이게 되는 신작이며 ’친구’ 이후 장동건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영화는 지난해 10월 말 첫 촬영을 시작한 이후 그동안 태국 방콕과 수산시장, 섬, 한국의 고흥 세트와 부산 등에서 촬영이 진행되어 왔으며 다음달 초 2주간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마무리 촬영을 앞두고 있다.

짧은 촬영 장면 공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곽경택 감독은 “3년간 준비해온 작품이다. 개봉이 한참 남았지만 벌써부터 떨린다. 성실하게 찍은 영화니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리 아버지가 1.4후퇴때 고향 평안남도에서 남으로 왔다. 어릴때부터 이북에 가족을 둔 실향민 아버지를 봐왔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그려왔던 작품이다. 한반도의 남과 북 두 젊은이의 대결과 화해를 그리려고 했다.

–’씬’이라는 이름은 어떤 뜻을 담고 있나.

▲세 주인공 중 한사람인 ’씬’의 이름을 지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이름이 동남아에서도, 러시아에서도 무리없이 불려질 만한 이름이어야 했다. 고민하다가 ’씬’이라는 말이 ’죄’라는 뜻이 있으니 타고난 운명적인 죄 속에 살아가는 인물의 느낌이 배어있었으면 했다.

–통일이라는 주제를 영화 속에 어떤 식으로 담을 생각인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지 않느냐. 분단된지 하도 오래되어서, ’이대로 통일 되면 경제가 후퇴되지 않느냐’라는 말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너무 섭섭하다.

잠깐의 경제 발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외세에 의한 분단으로 우리 아버지 같은 분들의 심장에 박혔던 못을 빼줬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무슨 일이 있어도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어떤 점이 가장 힘이 들었나. 몸무게가 좀 빠진 것도 같은데. 제작비가 원래 계획보다 30억원 정도 더 들어갔다. 큰 제작비에 대한 흥행 부담은 없는가.

▲’태풍’을 준비하면서 마라톤이라고 생각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체력적으로 힘이 들 것 같아 작심하고 10㎏ 정도를 뺐다. 덕분에 체력이 많이 좋아져서 작품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세트에 화재가 발생해 제작비가 예상보다 더 들어가기도 했지만 기술적인 면에서의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태풍’에서 한국 영화 기술력의 최대치를 거두고 싶었고 또 그렇게 말해왔다. 하지만 처음으로 해보는 촬영이 너무 많았고 물을 가지고 여러가지를 표현해야 하는 게 막상 진행해보니 그리 쉽지 않아서 이 때문에 또다른 비용이 발생됐다.

제작비가 크게 들어가면 흥행에 대한 부담도 크지만, 그 만큼 좋은 장면이 들어있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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