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이산가족상봉’ 반색ㆍ우려 교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올 추석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북측과 합의했다는 소식이 17일 전해지자 실향민들은 헤어진 가족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에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평안북도 태천이 고향인 백연근(76)씨는 “이산가족 상봉을 다시 하게 돼 반갑다. 나보다 연세 높은 이들을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가족을 봤으면 좋겠다”면서 “가족은 만나야 하는데 나이는 자꾸 먹어가니 안타까운 기분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황해도에서 6.25전쟁때 내려왔다는 여준국(89)씨는 “전쟁 때 놔두고 내려온 동생하고 큰딸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지금 가족이 고향에 없는 것 같다. 생사 확인이 안 돼서 지금까지 못 만나고 있는데 죽기 전이라도 생사를 확인했으면 좋겠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함경남도가 고향인 박재권(77)씨는 “다시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에 기뻤다”며 “모든 실향민이 북의 가족을 만나는 걸 많이 기다렸을 텐데 내가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다른 사람이라도 헤어진 가족을 만나면 내 일처럼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실향민들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다시 정치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함경북도가 고향인 이모(78)씨는 “헤어진 가족을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냐. 하지만 북한이 하는 행태를 보면 이산가족 상봉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진실로 이산가족 상봉을 하게 해주려면 고향땅에도 가게 해주고 살던 집도 보게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평안북도 정주가 고향인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57)대표도 환영의 뜻은 밝히면서도 “지난 수십년간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는데 이제는 남북이 제대로 된 기구를 만들어서 인원 제한 없이 지속적으로 가족들을 만나게 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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