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대북정책에도 이념 채워야”

한반도선진화재단(이사장 박세일)이 29일 ‘대북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정부의 ‘실용주의적 대북 정책’은 “원칙과 철학이 없는 것처럼 비쳐진다”며 남북관계.외교안보 시스템을 정비하고, 정책의 우선 순위를 조정해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오후 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대북정책과 관련한 정부의 언행은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가동될 때부터 혼란 상황”이었다며 “철학적.이념적 지주(支柱)가 없는 실용주의”로 인해 “지난 6개월간 정책의 혼선과 무능함”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의 경색은 북측이 지난 10년간 남북관계에서 구축한 자신들의 우위가 무너질 위기에 직면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남공세를 시작한 것이 최대 원인”이라며 “경색의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온 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실용주의적 대북 정책은 철학적 내용이 없는 것처럼 비친다”며 “‘비핵.개방.3000’ 구상과 ‘남북경협 4원칙’, ‘상생과 공영’ 등의 개념이 제시됐으나, 다분히 기술적.상투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하고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수단이 필요한지에 대한 사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 교수도 “현재 남북관계의 경색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전면 재조정에 대한 북한의 기선제압 시도가 충돌한 남북간 ‘샅바 싸움’ 성격”이라며 “초기 대북정책의 경우 옥수수 5만t을 대선 직후 지원하지 않는 등 ‘일상적’ 대북지원을 방기한 것이 가장 큰 오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경색과 북미관계의 개선이 대비되는 것은 남한의 정권교체와 핵문제의 진전이 겹쳐져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 남한의 ‘오류’에 의한 것은 아니다”고 그는 덧붙였다.

류 교수는 “‘햇볕정책’이 지금의 현실을 만들어 낸 역사적 요소라는 점을 인정하고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새 정부는 ‘햇볕 10년’에 대한 총체적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여론을 수렴하며 국민의 지지를 획득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앞으로 대북정책 개선책과 관련, 강인덕 전 장관은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선언 등 지난 남북 합의사항의 실천 우선순위를 당장 실시하거나 미루거나 폐기할 것으로 구분해야 한다”며 “임기응변적인 대북 제의는 삼가고, 원칙을 세워 당당한 모습을 보이면서 대북지원 문제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류 교수는 “‘햇볕 10년’과의 차별화를 한다고 하면서 무엇이 차별화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과 비전은 없이 ‘ABR(모든 것을 노무현 정부와 반대로 하는 정책)’만 나타나고 있다”며 “인도적 지원은 무조건 시행하는 것이 좋고 미국과의 조율은 필요하지만 공동보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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