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장관’ 등장, 남북정상회담 추진 신호탄?

통일부 장관에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 내정되면서 지난 5월 비밀접촉 이후 중단된 남북정상회담 추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다는 평가다.


류 내정자는 31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남북정상회담 재추진 가능성에 대해 “내정자 입장에서 그런 현안에 대해 밝히지 못한다”면서도 “국제정세와 국민들의 기대 등을 종합·판단해서 실제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통일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을 위한 회담’이나 정치적 목적을 띈 정상회담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기본 입장은 유지하되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및 핵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 표시 등 전제조건에서는 다소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류 내정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평소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도 정상회담 추진 쪽에 무게가 실린다.


또한 ‘실용주의’ 노선과 ‘대화’를 중시하는 스타일도 대북정책 추진에 투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가 주중 대사 시절부터 유지해왔던 북한 대화채널도 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남북관계 경색을 끌고 가기보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장관으로 교체가 돼 환경이 조성됐다”며 “북측에서도 대남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정상회담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어 “정상회담의 의제와 방식이 조율되고 (남북 간의) 대화창구가 다시 가동을 한다면 전반적인 문제를 놓고 정상들이 논의를 할 수 있다”며 “김정일이 러시아, 중국을 방문한 것을 보면 건강상의 문제도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도 남북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교수는 “류 전 대사가 통일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남북정상회담 재추진의 필요조건이 마련된 셈”이라며 “대화에 의지가 있고 정부의 의중을 북한에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정상회담이 재추진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최고 지도자가 류우익 전 주중 대사를 내정한 것도 이러한 인물이라는 것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통일부 장관 교체카드로 북한의 남북 비밀접촉 폭로로 벼랑 끝으로 몰렸던 당국간 대화 불씨를 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관측된다.


유 교수는 “북한도 (남북관계가) 악화되기를 원치 않는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그 정도 수준에서 넘어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금년 하반기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있고, 정치적으로는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년으로 넘겨 쫓기듯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한반도 긴장완화 문제, 핵문제, 6자회담, 대북지원 문제 등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정일이 사과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천안함·연평도 문제가 의제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했다.


결국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 대신 한반도 안정과 도발에 대한 재발방지, 군사적 긴장을 낮추자는 식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