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그룹 의제별 美 예상 입장

북핵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앞으로 실무그룹별 회의가 협상의 모멘텀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실무그룹 의제별 미국의 예상 입장과 쟁점.

◇한반도 비핵화 = 라이스 장관은 북한이 취해야 할 초기조치중 향후 60일이내에 해야 하는 “즉각적인” 조치들에 영변 핵시설의 폐쇄.봉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외에 “연료봉에서 추출한 플루토늄을 포함해 모든 (핵) 프로그램의 목록을 논의하는 것”을 들었다.

이어 초기조치중 2번째 단계로 “모든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와 모든 현존 핵시설의 불능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존재도 북한이 아직 시인하지 않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모든”이라고 표현돼 있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고 “우리는 HEU 문제를 추구할 것이며, 이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핵무기는 초기조치 이후의 일로 넘겨졌지만, 초기조치 단계에서부터 HEU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놓고 논란을 예고한 대목이다.

또 초기조치 가운데서도 “즉각적인” 조치 단계에서 플루토늄 보유량을 놓고 북.미간 불신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플루토늄 문제는 1998년 제네바 합의를 통한 영변 원자로 동결 이전 것이냐 이후 것이냐, 북한이 지난해 핵시험에 얼마의 플루토늄을 사용하고 얼마나 남았느냐, 이를 통해 핵무기를 몇개나 보유했는가 여러 복잡한 사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에너지 협력 = 부시 행정부의 대북 에너지 지원 합의를 과연 미 의회가 돈으로 뒷받침해줄 것이냐가 관건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 야당이던 공화당의 주도로 미 의회가 대북 중유 지원에 소극적이었고, 이것이 미국에도 제네바 합의의 위약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사는 빌미가 됐었다.

현재 의회구도를 보면 일단은 의회가 적극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던 클린턴 행정부 때 중유 50만t 제공을 담은 제네바 합의를 체결한 입장이고, 부시 행정부가 제네바 합의를 실패작으로 규정하는 데 대해 북한 핵프로그램의 발전은 막았었다며 제네바 합의를 옹호해왔다.

공화당은 현 부시 행정부를 탄생시킨 여당으로서 부시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뒷받침해야 할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이 기왕의 대북 강경 입장을 완화시키면서 이번 합의를 이끌어내 외교적 성과로 내세워야 했다면 공화당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게다가 2008년 대선을 내다볼 때 대북 에너지 지원을 반대함으로써 북핵 협상이 결렬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더욱 크게 진전될 경우 대선전에서 져야 할 정치적 부담도 크다.

짐 리치(공화) 전 하원 아태소위원장은 연합뉴스의 질문에 “의회는 이념 게임을 피하고 이 첫 단계 합의를 승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이면서 대북 협상파인 그는 지난해 아태소위원장으로 있을 때도 9.19 공동성명 채택 직전 미국의 대북 에너지 지원 참여문제가 제기됐을 때 어떤 합의든 의회가 부시 행정부의 합의를 밀어줄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케이 베일리 허치슨(공화)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13일 베이징 북핵 6자회담 합의가 “큰 돌파구”라고 평가하면서도 “클린턴 행정부 시절 제네바 합의의 선례를 보면, 북한이 합의를 준수할 때까지는 기름을 보내선 안된다”며 불신을 드러내는 등 신중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부시 행정부도 중유 제공에 대한 거부감을 감안, 20만t 분담량을 전부 중유로 제공하기보다는 중유는 북한에 ‘성의’를 표시하는 정도로 하고 큰 몫은 다른 에너지원이나 식량 등 인도적 지원으로 대체하는 안을 의회에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에너지난은 에너지원 자체의 부족 탓도 있지만, 에너지 낭비와 비효율성 탓도 크다며 에너지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해온 만큼, 미국이 기존 송전선과 발전설비의 정비 및 현대화, 풍력 발전 기술과 장비 제공 등을 제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관계 정상화 = 미국은 대북 5대 문제로 제기해온 핵, 미사일, 테러, 마약 등 불법활동, 인권 가운데 핵문제만 한반도비핵화 실무그룹에 넘기고 나머지 4개 문제는 모두 이 실무그룹에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가 13일 방코 델타 아시아(BDA)의 돈세탁 문제와 북한의 달러화 위조 문제는 별개라고 못박음으로써, 북.미간 금융회담을 통해 BDA 문제가 해결된 뒤에는 위폐문제도 이 실무그룹 회의에 통합돼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사일의 경우 대포동 장거리 미사일은 북.미간 현안의 성격이 크지만, 중.단거리 미사일은 미국이 북한 주변국들에 더 위협적인 것이라고 말해온 만큼 미국이 온전히 이 실무그룹에서만 다룰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베이징 합의는 이 실무그룹에서 즉각 논의에 들어갈 특정 과제로,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의 포기를 입증하는 방안으로 대적성국교역법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빼는 문제를 적시했다.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는 것은, 이미 미 국무부의 연례 테러보고서마다 북한이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 이후 테러활동을 지원한 증거가 없다고 인정해온 만큼 비교적 쉬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무부는 일본이 납북자 문제를 본격 제기한 지난 수년래 이 문제와 요도호 납치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테러지원국 명단에 계속 북한을 올려놓은 만큼, 북.일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논의에서 납북자 문제의 논의 진전과 직.간접 연계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라이스 장관은 “북한의 그동안의 기록을 볼 것”이라며 “검토를 시작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말해 긍정적인 시사를 했으나 명단 삭제의 검토를 “시작한다는 합의”라고 단서를 달았다.

대적성국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문제도 검토를 시작한다는 합의이지, 초기조치 단계에서 결론을 낸다는 것은 아니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북.일관계 정상화 = 이는 북.일 양자 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미국과 직접 관계는 없으나, 미국은 납북 피해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본의 입장을 동정하고 지지하면서도 북핵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화가 주목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번 베이징 합의의 토대가 된 베를린 북.미 회동 후 강연한 힐 차관보는 한국의 경우 북한과의 특수관계가 있고 중국도 오랜 동맹인 점 등 참여국 저마다의 사정 때문에 6자회담이 지지부진하다고 설명하면서 각국이 자국에 특수한 입장을 자제할 것을 은근히 주문하는 가운데 일본의 납북 피해자 문제도 지적했었다.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 라이스 장관은 최근 6자회담의 북한 핵문제 관리 기능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지난 8일 상원 외교위 예산 청문회에서 6자회담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후보 계획(Plan B)’이 있느냐는 질의에 “6자회담은 회담만이 아니라 북한 핵 문제를 관리하는 나라들의 연합체”라고 규정하고 회담이 열리지 않을 때라도 6자회담은 “문제관리 연합체”로서 기능을 한다고 말한 데 이어 13일에도 이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번 베이징 합의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증진시키기 위한 폭넓고 포괄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6자회담을 통해 구축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참여국간 “협력 패턴”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북한의 초기조치와 다른 참여국의 상응조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북핵 6자회담 참여국간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것임을 강조, 6자회담의 장관급 회담으로 승격 가능성이 주목된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이번 베이징 합의가 지난해 하노이에서 열린 장관급 회동에서 이뤄진 논의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말해 장관급 회담의 방향 설정 기능을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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