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각한 황병서 재등장…김정은式 ‘엘리트 길들이기’ 여전



▲실각한 것으로 알려진 황병서 전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생일 기념 중앙보고대회에 등장했다. 사진은 당시 행사장 객석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황병서의 모습.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실각한 것으로 알려졌던 황병서 전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4개월여 만에 공식행사에 재등장해 복권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황병서로 보이는 인물이 최근 북한 중앙보고대회 행사에서 군복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식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보직 여부 등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북한 매체에서 모습을 찾을 수 없던 황병서는 지난 15일 김정일 생일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와 16일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현장을 담은 북한 매체 영상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황병서는 김정은 집권 후인 2014년 5월 북한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 자리에 오른 뒤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북한 엘리트 가운데서도 실세 중의 실세로 꼽힌 인물이다. 김정은의 신임 또한 두터워 2014년과 2015년 연속으로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가장 많이 수행한 간부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는 김정은 후계체제 안착에서 공을 인정받아 최고의 권력 지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하는 듯했지만, 지난해 말 돌연 공개석상에서 사라졌고 이후 북한 매체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은 지난 5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당 조직지도부의 주도로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이 진행됐다”면서 “검열 결과 황병서는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됐고 현재 고급당학교에서 사상교육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그보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 업무보고에서 “최룡해의 주재하에 당 지도부가 불순한 태도를 문제 삼아 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진행 중”이라면서 “총정치국 검열은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각한 것으로 알려진 황병서 전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 생일 기념 중앙보고대회에 등장했다. 사진은 당시 행사장 객석에서 박수를 치고 있는 황병서의 모습.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사상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던 황병서가 최근 연이어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실상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15일 중앙보고대회에서 무대 위 주석단이 아닌 무대 아래 객석에 앉은데 이어 16일 김정일 시신 참배에서 맨 앞줄이 아닌 뒷줄에 서있는 점에 미뤄 과거의 권력 지위를 회복하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황병서의 현 소속과 직책에 대해서는 당 부부장급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앙보고대회와 김정일 시신 참배 때 홍승무 군수공업부 부부장 옆에 서있던 것, 군복이 아닌 양복을 입고 있던 것 등을 감안하면 군 소속이 아닌 당 소속의 부부장급으로 복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9일 데일리NK에 “공개된 장면을 보면 총정치국장 만큼의 권력 지위로 복귀한 것 같지는 않다”며 “원래 조직지도부 부부장이었기 때문에 그쪽으로 다시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수석연구위원은 황병서의 부침과 관련, “김정은 입장에서 황병서의 권력이 너무 커지는 것을 막을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고, 다른 주변 간부들에게 ‘수령 외 다른 사람이 권력을 휘두르면 언제든 철퇴를 내릴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편, 김정은은 집권 이후 고모부인 장성택을 비롯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과 리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하고 수십 명의 당 간부들을 처형하는 등 공포정치를 통해 권력 공고화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최룡해, 황병서 등 고위 간부들의 권력 비대화를 견제하기 위한 일환에서 잦은 직책 교체와 계급 강등 조치로 엘리트 길들이기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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