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통일장관 길잡이 나선 친절한(?) 노동신문

북한이 남한의 통일부 장관 교체를 ‘대북정책 전환’ 공세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북한당국은 선전 매체들을 동원해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 입안자인 현인택 전 장관의 교체는 곧 ‘대북정책에 대한 민심의 심판’을 의미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임 통일수장에 대한 비난을 통해 신임 통일수장 ‘길들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나아가 현 대결국면의 책임을 이명박 정권에 전가하면서 동시에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바람(?)도 제시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현재 북한은 류우익 후보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반응이 없다. 다만 현 장관의 대통령 통일정책특별보좌관 임명에 초점을 맞춰 ‘대결광신자’ ‘정치송장’ 등의 막말을 동원해 비난하는 한편 재임기간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당국은 3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4일 평양방송, 5일 노동신문 기사를 통해 현 전 장관의 해임은 “대결정책의 총파산을 의미한다”면서, 그의 통일특보 선임에 대해 “대결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 “남조선 민심과 여론에 대한 우롱” 등으로 비난했다.


특히 5일자 노동신문은 ‘대결정책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라는 기사에서 “누구든지 민족의 화해와 단합, 조국통일을 가로막는다면 민심의 저주와 규탄, 버림과 배격을 받고 나중에는 준엄한 심판밖에 차례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임 통일수장이 전임 장관과 같은 대북정책을 취할 경우 남북관계 악화를 조장한 장본인이 될 것이라고 협박하는 셈이다. 나아가 현 장관의 재임기간 대북정책에 대해 ‘악평’하면서 향후 대북정책의 방향도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현인택은 장관감투를 뒤집어쓰자마자 통일부의 권능과 기구를 대폭 축소하고 이전 정권 시기의 인물들을 모조리 내쫓았으며 그 자리에 극우보수분자들을 끌어들였다. 한편 그 무슨 원칙고수의 간판 밑에 북남대결을 끈덕지게 고집하면서 6·15통일시대의 성과들을 체계적으로 말살하였다. 역도는 북남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사사건건 가로막아 나섰으며 나중에는 6·15의 옥동자로 불리던 금강산관광마저 말아먹었다. 북남관계개선을 위한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을 전술적 변화로 모독하면서 모처럼 마련된 대화들을 다 파탄시키었다.”


“현인택은 남북협력기금이라는 것을 대결기금으로 완전히 전락시키고 그 무슨 급변사태에 대해 떠들며 그것을 체제통일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데 마구 탕진하였다. 이것은 북남관계를 파탄시킨 현인택 역도의 죄악가운데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보는 바와 같이 현인택이 통일부를 타고앉아 한 짓이란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에 막대한 해를 끼친 반통일적 망동뿐이다.”


남북관계 경색의 표징으로 거론되는 금강산관광 중단, 남북경협 축소 등의 책임을 현 전 장관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동시에 신임장관을 향한 메시지로 읽혀진다.


나아가 포용정책으로의 회귀가 향후 대북정책의 방향이라는 직접적 바람도 내비치고 있다.


노동신문은 5일 ‘출로는 북남공동선언의 존중과 리행에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열어나가는데서 중요한 문제는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그 이행을 다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자들은 그 무슨 도발이나, 책임 있는 자세니 하며 구태의연하게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대화와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면서 “북남관계는 천안호사건과 연평도 사건 때문에 파국에 처한 것이 아니다. 남조선당국의 대결정책에 있다. 문제의 사건들도 그 연장선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강변했다.


현 남북관계 진전의 가장 걸림돌인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사실상 ‘덮어두고 가자’는 제안이다. 이 같은 매체들의 반응으로 볼 때 북한은 향후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덧씌우면서 동시에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대남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친북세력을 적극 옹호하는 동시에 남한 내 반(反)이명박 세력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통일수장 교체 관련 기사를 통해 ‘진보세력의 승리’ ‘민주당 등 야당의 해임 건의안’을 소개한 것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한나라당의 내부 분열도 획책할 것으로 보인다. 매체들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등의 장관 교체 요구를 매 기사마다 언급하고 나선 것도 여당과 정부, 여당 내 대결을 조장하기 위한 노림수로 읽혀진다.


결국 북한은 통일부 장관 교체와 상관없이 그동안의 ‘책임회피’ ‘갈등유발’ 등의 대남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통일수장 교체가 대북정책 변화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미국 오바마 행정부 등에 전달한 것도 북한의 이 같은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대응 전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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