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여성들, ‘몸매옷’과 ‘직선바지’ 유행”

▲ 중국 단동(좌)과 북한 신의주(우). 2003년 촬영. ⓒ DailyNK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丹東)으로 나온 북한 무역일꾼 김영춘(가명, 35세)씨를 만나 최근 북한의 내부 실정을 들어보았다.

김씨는 ▲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출근을 하지 않고 개인 장사를 하며 ▲ ‘몸매옷’과 ‘직선바지’가 유행이며 ▲ 외국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라고 말했다.

신의주는 중국 대도시인 단둥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북한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도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신의주의 상황을 북한 전체의 상황으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북한의 미래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김씨를 통해 북한의 미래를 점쳐보자.

젊은 사람들 가운데 무직자 많아

– 공장은 잘 돌아가나? 공장에서 배급은 제때에 주는가?

“군수공장은 주지만 일반공장은 주지 않는다. 군수공장의 경우에도 국가에서 60%정도만 배급해 준다. 나머지 40%는 공장지배인의 책임 하에 지급된다.

일반기업소의 경우는 아예 국가에서 배급이 나오지 않는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공장지배인이 모든 책임을 지고 운영한다. 공장지배인이 알아서 일감을 만들고 자재, 연료 등 생산에 필요한 요소들을 자체로 확보하여 생산물을 만들어 판매한다.

판매한 대금의 일부는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노동자들의 월급을 지급한다. 이것도 공장 지배인의 능력이 좋은 경우에나 그렇지 대부분의 공장은 이미 멈춰 선지 오래다. 공장이 가동되지 않으니 배급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젠 근로자들도 아예 배급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 근로자들이 공장에 출근은 잘 하나?

“신의주 ○○공장은 가마솥과 냄비를 만드는 중소규모 공장이다. 전체 공장인원은 60여명 정도 된다. 이 중 40여명 정도는 거의 출근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프다고 핑계를 대거나 무단으로 공장을 나오지 않는다.

사실 공장 가동률이 10%도 안되기 때문에 출근을 해도 할 일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배인에게 돈이나 뇌물을 바치고 직장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보안서(남한의 경찰서에 해당)에 출근여부를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는 출근을 하고 난 후 자유주의를 한다. 이런 경우에는 공장 지배인에게 허락을 받고 장사하러 나다닌다. 장사해서 번 돈의 일부를 지배인에게 바치는 형식이다. 오히려 공장지배인들이 이를 장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게 하는 게 상부기관에 바쳐야 할 할당량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장마다 80%정도의 사람들이 중국이나 타 도시로 장사를 하러 다닌다. 젊은 사람들 중에는 아예 직장을 잡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에는 직장을 잡지 않고 노는 사람들은 국가에서 처벌도 하고 사회적 인식도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직장을 안 잡아도 강하게 처벌을 하지 않고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다 보니 젊은 사람들 중에는 장사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화교들이 대량으로 상품 유통

– 북한에서 인기 있는 장사는 어떤 것인가?

“계절마다 잘 팔리는 게 차이가 있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옷 장사가 그래도 잘된다. 옷 장사도 여자 옷과 어린아이 옷 장사가 낫다. 특히 여자 옷 중에 몸에 딱 달라붙는 ‘몸매 옷’이 가장 잘 팔린다.

▲ 최근 신의주 여성들 사이에 유행이라는 몸매옷(위)과 직선바지(아래).

바지도 ‘직선바지’(일명 일자바지)가 제일 많이 팔린다. 젊은 여자들 사이에는 ‘몸매 옷’과 ‘직선바지’를 위아래로 입고 다니는 게 최고의 유행이다. 물론 배 곪지 않은 집의 여성들이나 그렇게 하고 다닌다.”

– 장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간단하다. 중국에서 화교들이 대량으로 물품을 들여오면 그것을 받아 다른 지역에 중간 이문을 남기고 되거래 한다. 신의주에서 멀면 멀수록 값이 올라간다. 주로 라진, 선봉이나 회령, 청진 등으로 많이 팔러 간다. 그쪽으로 장사하러 갔다가 다시 그쪽 물건을 사서 신의주에서 파는 식이다.

지역마다 들어오는 물건이 다르기 때문에 되거래를 하면 많은 이문을 남길 수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은 미화 7,000~10,000$씩 가지고 장사한다. 중간 규모로 하는 사람들이 3,000$, 적은 자본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200~400$정도를 가지고 장사를 한다.”

– 장마당에선 한국 드라마가 인기라던데 사실인가?

“장마당에 가면 중국, 러시아, 인도 드라마는 쉽게 구할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본다. 그렇지만 한국 드라마 같은 경우는 장마당에 내 놓고 공개적으로 팔지 못한다. 팔다가 걸리면 강하게 처벌받는다.

국가에서 주민들에게 ‘양심적으로 보지 마라’고 말한다. ‘보다 걸리지 마라’고도 한다. 이젠 보는 사람이 하도 많아 강하게 단속 못한다. 그래도 녹화물 보다가 걸리면 감옥에 가거나 먼 곳으로 추방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드라마는 지하세계에서 아는 사람들을 통해 은밀히 거래된다.

젊은 사람들 가운데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한 번도 안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많이 본 사람들은 다부작 드라마 같은 경우 한 10편씩은 다 봤다. 평균 5편 정도씩은 다 봤을 거다. 그리고 웬만한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 한번씩은 다 봤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한국 드라마 안 본 사람은 이야기 상대로도 안 끼워주는 분위기이다.”

한국 배우들 이름을 줄줄 외운다

– CD를 보려면 녹화기가 있어야 될 텐데?

“중국에서 들어 온 녹화기가 집집마다 거의 다 있다. 우리 아파트만 해도 그렇다. 전체 18 가구가 사는데 13 가구에 녹화기가 있다. 5세대만 없다.

녹화기는 중국 장사꾼들이 들여온다. 한 사람이 500대에서 1,000대 까지도 가지고 들어와서 도매로 판다. CD는 장마당에서 주로 산다. 공식적인 책방을 통해 판매되는 <하나전자회사>나 <목란전자합영회사>에서 제작한 CD도 있긴 한데 재미가 없고 장마당보다 훨씬 비싸게 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밀히 CD를 서로 돌려본다. 우리 집에도 서로 바꿔보자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 복사본이 대부분이다.”

– 한국 드라마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어떤 것인가?

“송혜교하고 송승헌이가 나오는 ‘가을동화’ 하고 ‘올인’, ‘순정’을 가장 많이 봤다. 배용준이 나오는 ‘겨울연가’도 사람들이 많이 봤다. ‘여름향기’, ‘파리의 연인’, ‘유리구두’, ‘맨발의 청춘’, ‘진실’ 이런 것들도 많이 봤다. 지하세계에서 한국드라마 판매가 전체의 70%정도 차지한다. 사람들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한국 배우 이름 정도는 줄줄이 꿰고 있다.

옛날에는 몰래 해외 라디오 방송 같은 것을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드라마나 영화가 훨씬 인기가 많다. 그래도 보위부나 보안서에서는 CD 보는 것보다는 소형 라디오로 해외방송 듣는 것을 엄중처벌 한다.

라디오는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정말 몰래 숨어서 듣는다. 걸리면 정치적으로 걸린다. 보위부에서 항시적으로 추적해서 잡아내고 있기 때문에 많이 조심하고 있다. 나도 VOA(미국의 소리) 몇 번 들어봤다. 여기서도 그런대로 잘 들린다.”

중국 단둥(丹東) = 권정현 특파원kjh@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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