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국경 지역에서 이달 초 한 주민이 기르던 염소를 쫓아 ‘완충지대’로 들어갔다가 국경경비대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는 북한은 지난해 8월 국경지대에 ‘북부국경봉쇄작전에 저해를 주는 행위를 하지 말 데 대하여’라는 사회안전성 명의의 포고문을 내린 바 있다.
북한은 해당 포고문을 통해 국경봉쇄선으로부터 1~2km 계선에 완충지대를 설정한다고 명시하면서 완충지대에 비조직적으로 들어갔거나 도로, 철길에 관한 국경차단물에 접근한 인원과 짐승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격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관련기사 보기: 국경에 사회안전성 포고문… “완충지대 들어오면 무조건 사격”)
이런 가운데 평안북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2월 초 한 주민이 집에서 기르던 염소가 완충지대로 넘어갔는데, 이 염소를 잡으려던 주인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완충지대에 들어갔다가 국경경비대가 쏜 총에 맞아 어이없게 사망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국경경비대는 완충지대에 주민이 들어온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총을 겨눠 주민을 사살하면서도 염소는 쏘지 않고 그대로 잡아갔다.
현지 주민들은 이번 사건에 공포감과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국경경비대의 어이없는 대처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주민들 사이에서는 “염소 목숨보다도 값없는 것이 사람 목숨이다” “백성을 지켜야 할 군대가 백성을 쏴 죽이니 이런 군대가 세상에 어디 있냐” “사람은 총으로 깔아 죽이면서 왜 짐승은 자기네들이 가져가느냐. 군대가 먹으려고 가져간 것 아니냐”는 등 비판적인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이번 일이 있기 전 1월부터 완충지대에서 주민이 총을 맞아 사망한 사건만 알려진 게 3건”이라며 “이 3건도 주민들이 도강(渡江)이나 밀수를 목적으로 완충지대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인지하지 못하고 실수로 들어갔다가 총격을 받아 사망하게 된 경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지 주민들은 행여나 화를 입을까 두려워 연선 근처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렇듯 국경경비대가 국경경계선에 접근한 주민을 향해 실제 총격을 가하고 있다는 소식은 지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실제 이달 초 자강도 자성군에서는 한 군인이 애인과 함께 몰래 강을 건너다 국경경비대에 발각돼 총을 맞고 현장에서 즉사하는 일이 벌어졌고, 지난해 말에는 양강도 신파군 근처 중국 국경에서 미상의 인물이 북측으로 넘어오다 국경경비대에 의해 총살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본보는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초 8차 당대회 기간(1월 5~12일) 평안북도 국경에서 5건의 탈북·밀수사건이 발생했으며, 당시 탈북·밀수에 나선 주민들이 국경경비대가 쏜 총에 맞아 죽거나 다쳤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자강도 자성, 만포도 3일부터 봉쇄…탈북·밀수 사건 때문?
총살해놓고 시체 압록강에 방치하는 北 국경경비대
당대회 기간에 국경서 밀수를? 개성시 골동품 장사꾼들 결국…
다만 탈북이나 밀수 등 특정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국경에 접근한 것이 아닌 무고한 주민들까지 국경경비대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국경 지역 주민사회 분위기가 더욱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