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의 안개는 희망의 전조일까’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통과된 지 일주일째인 22일 중국 단둥(丹東)에서 건너다 본 신의주는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리면서 신비감마저 자아내는 안개에 하루종일 푹 파묻혀 있었다.

단둥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비가 오는 날이면 늘 있는 일이지만 신의주에 낀 안개를 지켜 보면서 마음이 참 착잡했다”며 “하지만 내일이면 안개가 걷히고 다시 해가 뜨지 않겠느냐”며 미소를 지었다.

전날 밤 신의주에서는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불을 켜놓고 있는 곳이 많았다.

한 교민은 “전에도 이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제는 평소보다 불빛이 더 많았다”며 “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려는 징후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단둥 주변에는 비가 내렸고, 일요일이면 단둥을 출발해 신의주를 거쳐 평양으로 들어가던 관광열차가 운행되지 않았다는 점을 빼놓고는 여느 때와 똑같았다.

북한의 국장(國章)을 단 4량짜리 베이징-평양 간 국제열차가 예정 시간보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10시40분께 압록강철교를 통과해 신의주로 들어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항미원조(抗美援朝)의 상징물인 압록강단교에는 오전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딸을 데리고 온 듯한 한 중국인 여성은 교량 기둥에 붙어 있는 사진 자료를 보고 뭔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단둥시는 단교의 각 기둥에 약 20개의 사진자료를 전시하고 지난 1950년 11월 미 공군이 압록강 다리를 폭격한 직후부터 단교가 국가 중점문물단위로 지정되기 까지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안내하고 있다.

압록강단교 주변에 만나 한 독일인 관광객은 기자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지자 “누구에게나 좋지 않은 일”이라며 짤막하게 대꾸했다.

단둥시내의 한 당구장에서 만난 교민은 “북한 핵실험 때문에 불안하지 않느냐”고 묻자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좀 불안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은 데 여기는 아무 일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 조선족 대북무역업자는 “요즘도 사업 때문에 북한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고 있지만 ’핵실험이나 안보리 결의 통과 후에도 달라진 점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별일이 없다고 해도 북한의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점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북한과 무역을 하고 있는 한 조선족 인사는 “원래 9월에 평양에서 사람이 나오기로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며 “아무튼 요즘 북한과 무역을 하려면 꽤 머리가 아픈 일이 많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단둥을 통해 남북경협에 참여하고 있는 한 국내 사업가는 “남쪽에서 들어와야 하는 주문이 유보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많아 신규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위기국면이 장기화된다는 판단이 있으면 아예 철수를 고려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어정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교 주변의 몇몇 북한 식당이 오후들어 문을 걸어 잠궈 “혹시 중국이 진짜 북한 식당에 철수를 통보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북한 식당에서 일하는 한 남자 직원은 “점심 봉사를 마치고 복무원(종업원)들이 쉬고있으며 저녁시간이 되면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신문을 보고 그런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중국에 8년째 거주하고 있는 북한 무역회사의 한 주재원은 “아직까지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선(북한)을 제재한다고 발표한 적도 없고 실제로 제재 조치가 취해진 것도 없다”며 “우리는 무역을 하는 사람이라 정치적인 문제는 잘 모르겠다”며 말을 끊었다.

휴일을 맞은 단둥에서는 여전히 우려와 낙관이 교차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았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탕자쉬안(唐家璇) 특사의 방북 결과를 놓고 한국과 일본, 미국의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라 앞으로 사태의 추이도 여전히 오리무중일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북핵 당사국 사이의 치열한 물밑 외교전의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단둥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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