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에 ‘개인화장품 기술자’ 많은 이유는?

김정일은 지난 18~19일 평안북도 현지지도 일정에 신의주화장품공장 방문을 포함시켰다. 이 공장에 대한 김정일의 애정은 남달라 보인다. 그는 지난 2001년, 2008년에도 이 공장을 찾았다. 사실상 신의주 일대에 대한 경제분야 현지지도 때 마다 이 공장을 찾고 있는 셈이다.  


신의주화장품공장은 1962년에 설립, 비누와 치약, 살결물(스킨), 크림 등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원래 신위주시 신포동에 위치하고 있다가 2000년 12월 “경치 좋은 곳에 공장을 옮기라”는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지금의 남신의주 자리로 이전했다. 


북한에서 신의주화장품공장은 평양화장품공장과 더불어 최첨단 설비와 기술력을 갖춘 공장으로 소개되고 있다.


총 건축면적 2만 4천여㎡에 달하는 이 공장은 비누직장, 치약직장, 화장품직장 등의 기본건물들과 노동자들을 위한 문화회관과 탁아소, 유치원, 편의봉사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공장에서는 북한의 특산품인 개성 ‘고려인삼’을 천연재료로 삼아 ‘너와 나’(수출용)와 ‘봄향기’ 등 화장품 세트를 생산하며 북한의 대표적인 경공업 기업소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공장의 속 내부는 계속 썩어가고 있다. 공장 간부들 뿐 아니라 노동자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완성품을 유출하거나 원자재를 빼돌려 ‘짝퉁’ 화장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비누, 치약 등은 전국 각지로 유통되는데 군인들에게도 일부 공급될 정도로 공급 책임이 막중하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공장의 생산실적이 저조해지면서부터 상업부문 일꾼들과 공장일꾼, 노동자들의 비법 행위가  빈번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아주 일상화 되어 있다.


북한에서는 신의주화장품공장의 브랜드 가치가 제법 된다. 따라서 이 공장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항상 넘쳐난다. 때문에 상업계통이나 군부에 정식으로 공급된 화장품은 군인들과 주민들에게 제대로 공급, 판매되지 못하고 대부분이 음성적인 유통으로 흘러간다. 


공장 간부들은 ‘공장운영비’나 ‘사업비’를 마련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화장품을 내다판다. 일단 전국 각지의 상업 일꾼들은 비누와 치약, 화장품 등을 공급받기 위해 이 공장에 몰려들게 되는데, 공장간부들은 뒷돈을 받고 지역 상업일꾼들에게 화장품을 넘겨준다.


상업일꾼들 역시 차량 운행비용이나 사업비를 자체 해결해야 하는 처지기 때문에 넘겨 받은  화장품들을 다시 시장 도매상들에게 넘긴다. 이렇게 시장 도매상들에게 넘겨지는 과정에서 판매가격의 80% 정도를 공장간부나 상업일꾼들이 갖고 20%정도는 도매상들이 챙긴다.


사실 일반 주민들의 입장에서 치약이나 화장품보다 더 절실한 것은 세수비누다. 인수원들은 공장 판매과를 통해 받은 세수비누를 적게는 2천~3천개씩, 많게는 1만개 단위로 도매상들이나 소매상인들에게 넘겨준다. 결국 국영상점에는 물건이 없지만, 시장에가면 국영물건이 넘치는 원인은 바로 이와 같은 ‘뒷거래’덕분에 생겨난 것이다.    


군인들의 경우, 규정상 1개월에 세수비누 1개를 공급받게 되어 있으나, 중간에 착복하는 군 간부들이 너무 많아 사실상 정상공급이란 말 뿐이다. 군인들에게 공급되어야 할 세수비누는 물자공급 사업(후방사업)을 담당하는 군관들의 손을 거쳐 시장으로 팔려나 간다. 


세수비누 뿐 아니라 군대에 공급되는 물자 전체가 이런 시스템을 갖고 있다. 사회 기업소에서는 음성거래 후 판매 금액 일부가 다시 공장으로 흘러들어가지만, 군대의 경우 판매된 돈이 고스란히 후방사업을 담당한 군관과 군인들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간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봄향기’ 세수비누는 20년대 초반까지만도 한 장이 30원이었으나 상승하는 물가에 따라 화폐개혁전까지는 300원에 판매, 화폐개혁 이후에는 100~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누 뿐 아니라 화장품 원료, 용기등도 빼돌려진다. 이 지역에는 공장에서 빼돌려지는 원료를 이용해 개인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즐비하다. 신의주에 개인 ‘화장품 기술자’가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장은 본문과 후문을 비롯해 외부로 통하는 문마다 공장경비대가 위치하고 있으나 그들 역시 노동자들과 한통속이다. 공장 당위원회는 보위부와 보안부, 경비대를 총동원해 단속에 나서지만 공장재산을 팔아 돈벌이에 맛들인 노동자들의 도둑질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노동자들의 도시락은 화장품 제조에 필요한 각종 원료 용기로 활용된다. 저녁 퇴근길에 빈 손으로 집에 가면 바보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은 공장 작업시간에 직장 간부나 작업 반장의 시선이 다른데로 돌려지면, 번개같은 솜씨로 준비된 비닐봉지에 담아 크림 원료등을 감춘다. 심지어 아기를 업고 나오는 여성들은 아기가 차고 있는 기저귀 안에 화장품 원료를 감추어 나오기도 한다.


공장에서 가지고 나온 크림에 파우더(분가루)와 머리기름을 섞으면 파운데이션이 만들어진다. 북한 주민들은 일명 ‘삐야스’라고 부르는데 파운데이션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한다. 일부 노동자들은 여성들 사이에 인기높은 ‘중국제 용기’에 담아 중국화장품이라고 속여 팔기도 한다.


공장에서 화장품 용기까지 훔쳐오는 사람들은 그 용기에 내용물을 담아 짝퉁 아닌 짝퉁을 만들어 ‘정품’으로 속여 팔기도 한다. ‘봄향기’ 화장품 한 셋트는 스킨, 로션, 파우더, 파운데이션, 립스틱(구홍), 머릿기름 등으로 구성되는데 5천~1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원료와 용기는 모두 ‘봄향기’가 맞는데 제작자는 ‘신의주화장품공장’이 아니라 이 공장 ‘노동자’가 되는 셈이다. 


‘장군님’의 현지지도 단위에서도 이런 비리가 일상화 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의 국가경제운영체계의 비현실성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의 경제가 정상화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의 이면에는 ‘원자재 부족’보다 ‘왜곡된 분배시스템’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북한 당국도 어쩔수 없는, ‘검은 시스템’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장경제’를 선택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것 역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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