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신은미 씨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임동원)이 수여하는 ‘2015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친북매체 <민족통신>에 따르면, 신은미 씨는 오마이뉴스와 한겨레신문, 친북성향의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추천과 지지에 힘입어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수상자가 됐다고 한다.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혐의로 기소유예 되어 법무부로부터 강제퇴거 명령을 받아 재입국이 금지되어 있는 사람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현재 북한에 체류하며 종북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을 굳이 선정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신은미 씨의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은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고 국민적 정서와도 동떨어진 부적절한 결정이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신은미 씨를 수상자로 결정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올해가 5.24 조치가 내려진 지 5주년이 되는 때이고, 신은미 씨가 5.24조치 해제를 촉구한 사람이고 5.24조치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기 때문에 수상자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수상 이유가 합당하지도 않거니와 궁색하기 그지없다.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것이 수상의 이유가 될 수 없다. 5.24 조치에 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북한 당국에게 있다. 마치 5.24 조치의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는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따지자면 북한의 잘못이 몇 배는 더 크다. 그리고 신은미 씨가 왜 5.24 조치의 피해자로 둔갑된 것인지도 이해할 수 없다. 신은미 씨는 5.24조치 해제를 주장하다 쫒겨난 것이 아니고 북한체제를 찬양하다 실정법에 저촉되어 처벌을 받은 것뿐이다. 신은미 씨가 국가보안법을 어겨 강제출국 당한 것과 5.24 조치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가?
일부 보도에 따르면 수상자 선정에서 “한겨레신문사 사장과 간부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큰 힘이 되었다”고 하니 황당하다.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한겨레신문이 종북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한겨레신문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재단의 창립을 한겨레신문이 주도하였고 현재 한겨레신문 사장과 감사, 논설위원이 재단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물론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자체 규정을 통해 시상하는 것이니 그럴 수 있다고 십분 이해할지라도 과연 신은미 씨가 수상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마치 신은미 씨가 5.24조치의 피해자 인냥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내재 것이 아닌가 의심을 살 수 있다. 종북논란의 중심에 있는 신은미 씨의 수상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재단이 모를 리가 없다. 심사를 맡은 이사회가 신은미 씨를 통일과 평화의 전도사로 생각했던지, 그것도 아니면 종북몰이에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의 반영에서 한 결정이었을지는 모른다. 어느 경우에도 신은미 씨에 대한 수상자 선정은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결정이며, 이념적 편향성에 대한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과거에도 상식과 통념을 벗어나 이념 편향적인 잣대로 수상자를 선정한 전례가 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2011년에 종북활동의 대표격인 이행우 씨에게 한겨레통일문화상을 수여한 전례가 있다. 이행우 씨는 1994년 결성된 미주동포전국협회(NAKA)의 창립하여 회장을 역임했고, 6.15공동선언실천미국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미주동포전국협회는 2010년 6월 ‘6.15선언 10주년’을 맞아 북한의 ‘강성대국 건설’을 찬양한 단체”라고 말했다. 현재 이행우 씨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6.15공동선언실천미국위원회 또한 북한을 찬양하는데 앞장서는 단체로 평가 받는다. 북한을 맹목적으로 옹호하고 종북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수상자로 선정하는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한겨레문화재단은 2012년에도 제14회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자로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선정하였다. 재단은 선정 이유를 “이태호 씨가 1990년대 중반부터 평화군축운동의 대중화를 위해 헌신해 왔고, 2010년 정부의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 결과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등 시민들이 평화에 대해 깨어 있는 시각을 갖도록 노력해 왔다”라고 밝혔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이 분명함에도 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소모적 논쟁과 국론을 분열시킨 언행이 시상의 이유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신은미 씨에 대한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은 종북논란을 키워 남남갈등을 야기시키는 결과만 초래한다. 이미 신은미 씨는 본인이 의도했든 아니든 종북논란으로 전국구 스타가 되어 있다. 정부로부터 강제출국까지 당했으니 핍박받는 ‘통일운동가’,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애호가’ 이미지를 얻은 셈이다. 결국 신은미 씨에 대한 한겨레통일문화상 선정은 종북논쟁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야기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신은미 씨에게는 이런 상황이 나쁘지만 않을 것이다. 종북논쟁이 커지면 커질수록 대중들의 관심도 늘어나기기 때문이다. 신은미 씨는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아니라 종북논쟁의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이다. 자신이 마치 통일과 평화의 수호자인냥 추앙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북한으로부터는 영웅 대접을 받을 수 있고 국내의 지지 세력으로부터는 제1의 보호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우쭐해진 신은미 씨를 종북논쟁의 방패막으로 삼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한겨레통일문화상 시상식은 오는 7월 29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어차피 신은미 씨는 입국 자체가 불가능해 직접 시상식에 참여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 신은미 씨를 수상자로 고집하겠다면 누구나 납득할만한 합당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 선정 이유가 합당하지 않다면 신은미 씨에 대한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 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자체가 종북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한겨레통일문화상의 권위와 가치를 스스로 갉아먹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