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마지막 강의 “20세기 프롤레타리아독재 사회변혁에 의문”

▲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데일리NK

신영복(65)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8일 오전 마지막 수업을 끝으로 17년 간 섰던 강단에서 내려왔다.

신 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많은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공개강좌 형식으로 진행됐다. 약 200여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강의실을 가득 메운 가운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마지막 수업은 ‘석과불식(碩果不食)-씨가 있는 과일은 먹(히)지 않는다’는 주제로 강단에 섰다. 그 뜻은 주역(周易)의 64괘 중 가장 어려운 상황을 나타내는 박괘(剝卦)에 나오는 구절.

박괘는 세상이 온통 악으로 넘치고 단 한 개의 양효(선)만 남아있는 상태인데, 그 한 개의 양효마저 언제 음효(악)으로 전락할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그러나 박괘는 ‘절망이 곧 희망의 기회’임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강연에서 “석과불식이 표상하는 이러한 정경이 더없이 아름다운 것이 사실”이라며 “곤경에서 갖는 우리들의 희망이 단지 소망이나 위안에 그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의미로 이 정경을 읽어야 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WTO, IMF, FTA라는 일련의 힘겨운 상황에서 나는 모든 것을 빼앗기고 있는 박괘를 연상한다”며 “환상이나 소망이 아닌 진정한 희망을 키워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우리들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이날 강의에서 사회현안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그는 “한국경제가 너무 대외 의존적”이라며 “시장·원료·기술·자본 등 모든 면에서 자립적 토대가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취약한 부분을 튼튼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 해답은 남북의 통일과정에서 찾아야 한다”며 “민족경제론적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롤레타리아독재가 사회변혁 성공했는지 의문”

신 교수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세계경제의 질서가 패권적 국가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구축되고 있다”며 “현재 우리가 중상위 그룹에 편성돼서 패권적 질서에 동참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과도한 이념적 접근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예를 들어 열차가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이 어디냐는 것에 대해 의문이 있어야 한다”며 “패권적 질서가 지속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지점에서 우리들의 자립적 경제구조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비가 일각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한 사회를 바꿔내는 노력에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동안 운동적 사고로 강력한 주체성에 의한 변혁의 주체가 국가권력을 장악하면 사회적 변화를 이룩해 낼 수 있다는 합의가 없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20세기가 끝난 지금 파시스트 독재와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사회를 바꾸는 데 성공했느냐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1941년 8월 23일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신영복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육군사관학교 경제학 교관으로 있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20년간 복역했다.

이후 1988년 8.15특사로 석방된 신 교수는 이듬해부터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저서로는 ‘나무야 나무야(1996년)”감옥으로부터의사색(1998년)”더불어 숲1(1998년)”나무가 나무에게(2001년)”강의(2004년)’ 등이 있다.

박현민 기자 phm@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