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ㆍ단호함 사라진 안보리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로 대북 제재결의를 채택했지만 그 이후에는 ‘신속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안보리는 북 핵실험 이후 6일 만인 지난달 14일 탄도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관련 품목과 일부 재래식 무기, 사치품에 대한 수출통제와 북한 WMD 프로그램 관련 자금과 금융자산의 동결 및 관련 인사의 여행제한, 화물검색 조치 등이 담긴 결의 1718호를 채택했다.

안보리는 결의 채택과정에서 군사적 조치의 가능성을 열어 놓을 수 있는 유엔 헌장 제7장의 포괄원용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다 중국과 러시아의 주장을 반영, 대북 조치 내용을 외교적, 경제적 제재를 담은 유엔 헌장 7장 41조로 특정했다.

안보리는 이후 결의에 따라 제재위원회를 설치하고 대량살상무기 관련 금수대상 품목을 결정했으나 운영지침에 대한 이견을 노출하면서 후속논의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제재위는 일단 결의 한달이 되는 13일까지 회원국들의 이행방안 보고서를 받고 난 뒤 논의를 진행시킨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위는 앞으로 회원국들의 이행방안 보고서를 검토한 뒤 제재결의 채택 90일 안에 안보리에 제재효과 강화방안 건의사항 등을 포함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지만 향후 활동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제재위가 상황호전 등에 따란 제재 완화 또는 해제 명문화 문제를 놓고 이사국 간 이견으로 결의 한달이 다 되도록 운영지침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제재대상이 될 단체나 개인 명단을 작성하는 문제 역시 각국의 이해가 걸려 합의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행방안 보고서도 대북제재결의가 전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안보리 제재 이행과 관련한 전례로 볼 때 각국의 상황에 따라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나라도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유엔 주변에서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 나타난 북한의 전격적인 6자회담 복귀와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미 중간선거와 같은 상황변화가 안보리 제재이행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가 핵실험 이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폐기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6자회담이 재개된다 해도 제재해제 등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6자회담 재개가 상황호전에 해당하기 때문에 안보리가 암묵적으로 제재이행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재 결의 과정에서 대북제재가 외교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며 군사적 조치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는 유엔 헌장 7장의 포괄 인용을 저지시킨 중국과 러시아가 6자회담 재개 합의를 이유로 제재위에서 제재결의 채택 때와 같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중국은 북,미를 상대로 한 막후중재를 통해 6자회담 재개 합의를 이끌어낸 만큼 앞으로 재개될 6자회담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라도 제재위 활동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북핵 해결을 위해 대북 직접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온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대북 강경론을 주장해온 네오콘의 퇴조현상이 나타난 것도 주목대상이다.

중간선거 이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전격 경질에 이어 존 볼턴 주유엔 대사의 경질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부각되고 있는 네오콘의 퇴조 기미가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에 따라 미국의 대북압박에 속도조절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소식통들은 안보리가 제재결의 채택시 보여줬던 신속함과 단호함이 다소 희석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제재결의 채택 이후 주목할만한 상황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안보리가 상황을 지켜보면서 활동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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