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백두산서 모닥불을? 金, ‘무오류 수령’ 이미지 스스로 깨”

최근 노동신문에 게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등정 사진에 우상화의 실체 및 한계가 녹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문은 지난 4일 양강도 삼지연 2차 건설 준공식에 참가한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및 군 장성들과 함께 백두산 밀영을 돌아봤다면서 70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세월이 흘러 강산도 변하고 세대가 바뀌고 있지만 백두산의 그 웅자(雄姿)는 변함이 없다” “언제 와보아도 걸으면 걸을수록 몸과 마음에 새로운 혁명열, 투쟁열이 흘러 들고 새로운 의지를 다지게 되는 곳”이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탈북민들은 백두산 밀영은 ‘인민들의 고단함이 묻어 있는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장군님(김정일)의 고향’ ‘백두혈통의 근거지’라는 우상화를 지키는 데 혈안인 북한 당국이 인민들을 닦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등정 과정에서 인민들과의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정은 백두산
/사진=노동신문 캡처

이번 백두산 방문에 김정은 부부는 백마를, 다른 수행원은 옅은 재색의 말을 탔다. 하지만 백두산을 답사하는 일반 주민들은 걸어 올라가야 한다. 일종의 ‘김일성 항일 혁명활동’의 고단함을 느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 일행은 모두 장화를 신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당연히 걸어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장화를 신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백두산 답사 때는 ‘각반(脚絆)’으로 신발에 눈이 들어가는 걸 방지한다고 한다. 이 또한 ‘수령님(김일성)의 심정을 느껴보자’는 취지로 당국에 의해 조장되는 측면이 있다고 탈북민들은 지적한다.

이와 관련 탈북민 현철화(가명·51) 씨는 10일 데일리NK에 “당국은 백두산 답사를 진행하면서 ‘투지전, 혁명성, 간고분투, 동지애’를 강조하는데, 김의 행보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편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주민들은 일종의 분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심지어 김 위원장은 본인의 말 안정과 고삐 등을 금색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는 부친 김정일 때에도 없었던 모습으로, 일종의 ‘혁명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겠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아울러 김 위원장이 백두산 밀영을 돌아보는 사진 중 길을 닦아 놓은 듯한 모습이 포착됐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삽으로 정교하게 눈을 친 듯한 모습이다.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 전(前) 모든 주민이 동원돼 도로를 물청소하는 것처럼 산길에도 마찬가지의 행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특히 백두밀영 내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언 몸을 녹이는 김정은 부부와 수행원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백미다.

이에 한 고위 탈북민은 “백두밀영 내에서 불을 피운다는 것은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 하는 일”이라며 “설사 백두 밀영 해설 강사와 전적지 답사관리소 직원들도 밀영 내에서는 사시사철 불을 피울 수 없는데, 최고지도자가 직접 이런 원칙을 스스로 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은 아내 리설주를 배려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모닥불을 피워도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주민들에게 끼치는 반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스스로 규율이나 원칙을 깨는 무오류의 수령’이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만든 셈”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한편, 천연자연을 자랑하는 백두산에 아름드리 나무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에 대해 현 씨는 “고향집 너머로 정일봉이 보여야 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큰 나무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상화 때문에 나무들의 자연스런 생육 문제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