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옥ㆍ최은희씨 16년만에 워싱턴 나들이

▲ 최은희,신상옥씨 부부 <사진:연합>

“제2의 고향에 온 기분입니다.”

원로 영화인 신상옥.최은희씨 부부는 16년만에 다시 찾은 워싱턴이 많은 면에서 편안해졌다며 밝게 웃었다.

신상옥.최은희씨 부부에게 워싱턴은 북한 탈출 이후 새로운 삶을 시작한 기회의 도시이자, 불안과 감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어두웠던 공간이란 기억으로 동시에 남아있다.

1986년 오스트리아 빈 주재 미국 대사관으로 뛰어들어 망명을 신청한뒤 미 정보요원들과 함께 워싱턴에 도착한건 그 해 4월.
“그 때 꽃이 아름답게 피어난 전원도시 워싱턴은 너무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고 신상옥 감독은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아름답던 워싱턴에서의 생활도 그들에겐 불안과 속박의 나날이었다.

“한국에 있던 아이들을 불러 들여 함께 지낼 수 있었지만 언제나 불안했습니다. 미국 경호원들이 항상 따라 다니니 불편하기도 했고요.”

신씨 부부는 1989년 3년간의 워싱턴 생활을 청산하고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영화 활동을 하면 더 이상 신변을 보호해줄 수 없다는 미 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보호 없어도 좋으니 영화를 하겠다”며 로스앤젤레스로 떠나 10년을 머물었던 것.

신씨 부부는 16년만에 다시 찾은 워싱턴에서 이제 “신변의 위협 같은 것은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더욱이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한국 문화와 영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과 이해가 아주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어 기쁘다”고 이들은 말했다.

신씨 부부는 지난 9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2회 워싱턴 한국영화제에 초청돼 이곳에 왔다. 워싱턴 영화제에서 상영되고 있는 전성기 작품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 이조여인 잔혹사(1969)와 벙어리 삼룡이(1964) 등을 놓고 관객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가졌다.

“미국인들 특히 미국 지식인들의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아 기쁘다”고 신감독은 말했다.

신감독은 17일 아주 반가운 벗을 만났다. 다름아닌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다.

1986년 미국 망명 당시 워싱턴포스트 기자였던 오버도퍼 교수는 북한 탈출 이후 신감독 부부를 처음으로 인터뷰했고, 이후 집으로 초대하는 등 친분을 나눴다.

신씨 부부와 오버도퍼 교수는 이날 시내 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함께 하며 북한에서의 생활과 워싱턴 망명 시절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웠다. 부인과 함께 신씨 부부의 영화를 관람했다는 오버도퍼 교수는 이들을 꼭 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 이날 만남이 이뤄졌다.

“이제 언제 올 지는 기약이 없지요. 꼭 한 번 와보고 싶은 곳에 다시 와 마음이 가볍습니다”고 신 감독은 말했다./워싱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