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시인 “북한문학 실상 제대로 봐야”

등단 53년째를 맞는 한국시단의 `거목’ 신경림(72) 시인이 16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강원지회가 주최한 2008년 제10회 통일포럼에 참석해 월북 시인들을 주제로 한 특별강연을 했다.

신경림 시인은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북한 문학의 허와 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석, 오장환, 임화 등 월북 시인들의 시집이 볼온서적으로 취급받던 과거에는 북한에 대해서 “우리보다 좀 못 살아도 이상사회로서의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방북 이후 환상이 깨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시문학의 소재는 ▲일제시대의 탄압 ▲항일 독립운동 ▲해방 이후 미군을 상대로 한 투쟁 ▲사회주의 체제의 예찬 등 단 4가지 뿐이기 때문에 상당수 월북 문학가들이 창작활동 대신 학문에 전념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월북 시인들은 친일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해 `김일성 찬가’를 발표하는 등 북한 내에서 입지를 굳혔던 리찬 시인도 서정주 시인 정도의 친일 활동을 했다며 월북 시인에 대한 맹목적인 미화를 경계했다.

신 시인은 “문학은 상상력의 예술”이라고 정의하며 “수령님을 모든 예술의 중심에 두는 북한 문학은 김일성과 김정일 등 지도자들의 상상력을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면서도 “북한 문학이 우리말 보존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지도자에 대한 비방을 담은 전단의 살포를 막고 `비핵개방 3000′ 등 일방적인 정책 제안으로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정부에 조언했다.

또 지난 10년 간 남북 문학가들이 서로 만나고 작품을 교환하는 등 문학계에서도 남북간 교류가 이루어졌는데 지금 문이 닫히면 ’10년 공부가 도로 아미타불’이라며 지난 정권의 대북 인맥들을 활용해 소통의 맥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경제위기로 점점 인심이 각박해지고 있지만 이럴수록 시가 사람들을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시의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일자리가 부족해 할일도 없는데 시나 좀 읽으라”는 농담으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통일포럼 최초의 문학을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정현우, 장시우, 김명기, 허림 등 강원 출신의 시인 4명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북으로 간 시인들’을 통해 오장환, 백석, 임화, 조벽암 등 월북시인들을 집중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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