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지원과 인권개선, 무슨 상관있나?”

▲ 14일 국회에서 열린 통일정책 토론회

지난 6월 ‘남과 북이 뭉치면 죽는다’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민족주의적 대북 접근을 비판한 박성조 독일 자유베를린대학 종신교수는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일정책 토론회에서 “대북 식량지원이 인권개선에 기여한다는 한국정부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석준 의원이 주최한 ‘북한에서 활동하는 유럽/독일 NGO를 통한 접근을 주제로 한 통일정책의 반성과 전망’ 토론회에서 박 교수는 “식량지원과 인권개선은 정비례하지 않는다”면서 “소말리아에 식량을 수년째 지원해왔지만 인권은 개선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한 사고방식은 물질이 머리를 바꿔놓는다는 마르크스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개성공단 형태의 대북지원은 수직적 국제분업 형태로 북한에 대규모 저임금 저기술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독일도 이러한 방식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동서독간 엄청난 기술격차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에 저숙련 대량 노동집약적 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면서 “향후 북한의 성장이 가능한 IT, 에니메이션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의 접목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 속에서 살아온 민족은 두 개의 민족이나 다름없다”며 “민족 담론을 통한 접근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은 외적 통일은 완벽했으나 내적 통일은 실패했다”고 말하고, “구동독 지역 30대 이상의 주민 중 거의 절반이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을 정도로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의 장애를 갖게 됐다”며 감상적 접근을 경계했다.

그는 유럽 NGO 지원과 관련, “김정일이 기독교를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님을 믿어서가 아니라 유럽 종교단체들의 지원이 북한 당국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현재의 대북지원 형태는 국민들로부터 대북지원 피로감을 불러올 수 있어 장기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민족주의적 접근보다는 북한 스스로 개방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한국 사회가 15년 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해야만 통일도 가능하다”면서 “통일을 위해서도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