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작물 생산량 南에 앞서고 인구도 절반, 北 왜 배고픈가?

북한 농장에서 퇴비를 나르는 주민들(2015년 1월 12일)./사진=우리민족끼리 캡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내 경제 부문의 구호로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라는 구호를 제시했다.

그 내용에 있어서는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 수행에 박차를 가해서 인민생활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우리 당과 국가의 제일가는 중대사”라고 강조하고, 농업 증산 투쟁을 벌이기 위해 영농물자 보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018년 북한의 농업 생산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지난해 12월 평양에서 열린 농업부문 열성자 회의를 통해 그 평가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회의는 지난 기간과 달리 엄격한 사상 검토의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박봉주 내각 총리는 회의 보고에서 “일부 농장과 단위들에서 종자생산과 보관·관리를 책임적으로 하지 않고 기후조건과 포전별 특성에 맞게 품종배치를 바로 하지 않았으며, 분조관리제 안에서 포전담당책임제의 우월성을 최대한 발양시키지 못한 결함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의 혹심한 가물과 고온피해를 이겨내지 못하고 알곡생산을 미달한 농장들의 교훈은 지력(地力)을 높이지 않고서는 다수확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일꾼들이 경제를 잘 모르면 정책이 아무리 정당하고 농민들의 열성이 높아도 농업생산에서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단위 책임자들의 생산 분야에 대한 이해와 연구 부족을 꼬집었다.

박 총리의 질책성 평가는 올해 북한의 농사 작황이 대단히 나빠서 식량사정이 위험한 수위에 이루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2017년 농업생산량은 약 470.1만t 으로 전년에 비해 2.5% 감소했고, 올해 농사작황은 2017년에 비해서도 좋지 않다는 점을 볼 때 올해 북한 주민의 식량 사정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17년 기준 북한인구는 약 2500만 명을 넘어섰다. 1구 1인당 하루 약 500g의 식량을 일률적으로 배급한다고 가정하면, 인구 1인당 연간 182.5kg이 필요하고 전체적으로는 대략 457만t의 식량이 소요된다.(유엔 1인당 최소 권장량은 600g이다.) 이것은 생산된 식량을 국방, 공업원료, 축산사료 등에 전혀 소비하지 않고 식량으로 다 돌려도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한의 2017년 식량작물 생산량은 약 446만t이다. 인구는 북한의 2배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쌀이 남아돈다. 어디에 그 요인이 있는가? 한국 사람이 북한 사람보다 덜 먹는가? 여기 와서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도 외국의 질 좋은 고기를 수입해서 먹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신뢰와 자율적 경제활동에 기초한 국제사회와의 상호 의존이다. 인간의 경제활동과 생존에서 상호의존은 인간의 필수적인 생존방식이다. 이것이 없이는 인간의 존재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진리이다.

북한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내각과 해당 부문들에서는 영농공정별에 따르는 과학기술지도를 실속 있게 짜고 들어 올해 농사에 필요한 영농물자를 원만히 보장하여 알곡생산을 결정적으로 늘여야 합니다. 농사의 주인인 농민들의 의사와 이익을 존중하고 사회주의분배원칙의 요구를 정확히 구현하여야 합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해마다 농업생산목표를 숫자로 산정하곤 하였다. 2018년 가물(가뭄)과 폭염, 폭우의 영향으로 전반적 지역에서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계획적 목표설정은 잠정 중단하고 많은 재원을 식량 수입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국가의 재원으로 영농물자 보장이 힘든 상황이다. 이에 김정은은 내각과 외화벌이 기관 및 회사들, 그리고 지방정부에 그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이에 각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식량 증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농업생산을 위한 주요 수단인 토지는 형식상 협동단체 소유지만 사실상 국가(협동농장경영위원회 체계)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땅의 주인이 농민’이라는 말이 ‘나라 쌀독의 주인은 국가’로 바뀐 것이다.

오늘날 북한의 농민들에게는 생산의 의무만 있지 향유의 권리는 주어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농민들은 종곡 및 작물선택, 영농과정 뿐만 아니라 그 처리에서도 완전한 자율권을 요구하고 있다. 생산의 의무뿐 아니라 처리의 자율권을 보장하여 실질적 이익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새해 농사를 위해 또 다시 자력갱생, 간고분투를 호소한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북한 농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북한 주민들도 더는 참고 견디면 행복이 온다는 당국의 선전에만 의탁하지 말고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나서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며 자기운명을 개척하는 힘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주체철학의 원리를 앵무새처럼 외웠다. 이제 그 원리를 진정으로 구현하는 길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