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시기 北 열차 집단털이의 추억

▲ 90년대 중반 북한 열차

최근 북한 주민들이 열차에서 짐을 도둑맞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대북지원단체 ‘좋은 벗들’이 전했다.

‘좋은 벗들’은 5일 발행한 소식지에서 “식량 도둑이 늘어나 기차칸에서 다른 사람에게 맡긴 짐을 잃어버리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기차에선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열차 안에서 짐을 도둑 맞는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때는 집단털이범까지 등장했다.

90년대 중반 대량 아사 시기에는 거의 모든 기차역과 열차 안에서는 여행객을 상대로 한 전문털이 집단이 극성을 부렸다.

3~5명이 한 조가 되어 형편이 좀 나아 보이는 사람에게 접근, 한 명이 말을 시키는 동안 다른 한 명이 짐을 도둑질하고 또 다른 한 명은 그 사람을 엉뚱한 데로 유인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2002년 입국한 탈북자 김명일(가명) 씨는 “96~97년 식량난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짐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집단털이범의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씨의 경험담이다.

김 씨는 96년 8월 함경남도 고원 역에서 깜빡 졸다가 짐을 잃은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는 더운 여름이라 기차역 안은 냄새가 나서 역 밖에서 비닐을 깔고 앉아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와 저녁을 먹으며 술 한잔 한 게 화근이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잠깐 졸고 있는데, 친구가 화장실 간다면서 나를 깨워 배낭끈을 단단히 잡고 있으라고 했다. 그런데 잠깐 사이 친구의 다급한 소리에 정신 차리니, 손에는 배낭끈만 남고 배낭은 사라지고 없었다.

깜짝 놀라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금방 여기 배낭을 도둑질한 사람 못 봤는가 물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배낭을 훔친 사람이 저쪽으로 도망 갔다고 말했다. 김씨 일행은 정신없이 그 쪽으로 달려갔지만 없었다. 다시 제 자리에 돌아와 보니 아무도 없었다. 김씨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방향을 알려준 사람도 같은 일당이었다.

탈북자 박명옥(가명)씨는 당시에는 “옆사람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얻어 마시고 잠 들었다가 짐을 몽땅 털린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그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이나 물은 먹지말라는 말이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중국산 공산품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혜산에 몰렸는데, 이 때문에 혜산에서 특히 집단털이범이 극성을 부렸다.

그때로부터 벌서 10여 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도 10년 전 그대로인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