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더 이상 국가 배급이 유명무실해지고 사실상 개인들이 스스로 먹고 살아야 하는 진정한 ‘자력갱생’의 시대가 도래했다.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신조 아래 돈벌이가 되는 일이면 일용 노동과 가정부는 기본이고 밀수, 성매매, 범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평안남도 순천에서 나온 북한 주민 A씨는 “조선에는 ‘토끼(고지식한 사람)는 죽고, 사슴(탈북자)은 도망가고 승냥이와 여우(비법 행위자)만 살아남았다’는 말까지 돌고 있을 정도”라며 “생활이 곤란한 일반 주민들은 한 마디로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다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짐꾼, 가정부, 가내수공업 등 일자리 늘어=시장에서의 장사를 제외하고 A씨가 꼽은 첫 번째 일은 짐 나르기다. 그는 “역전이나 정류장, 장마당 인근에서 장사꾼 또는 개인들의 짐을 손수레로 날라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렇게 짐을 날라주면 1회 운반비용으로 보통 1천 원 정도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전이나 정류장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통 하루에도 3~4차례 일을 할 수 있으니 한 달에 10만원(북한 일반 노동자 월 평균 임금은 2~3천원) 벌이 이상은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돈이 있는 개인 집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개인 집에서 일용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은 집을 수리하거나 구멍탄(연탄)을 만들어 주는 일을 한다”며 “특히 구멍탄 만드는 일은 기술도 필요하고 하루 수백 장을 찍어 내야 하기 때문에 일당이 5천 원 이상이다”고 말했다.
특히 간부들 중에는 집에 사람을 데려와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는 “간부들 중에는 심지어 집에 가정부를 따로 두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간부의 부인 중에 장사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집안일과 아이들을 거두기(돌보기)위해 가정부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가정부는 당국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하지는 못한다”며 “친척이나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를 받아 일을 시키고, 월급은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한 달에 10만원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 중에는 농촌에 가서 농사를 도와주고 먹고 살기도 한다. A씨는 “농민들 중에 산 중턱에 뙈기밭을 크게 만들면 강냉이를 2t 이상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을 데려다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냉이 밭에서 일을 하면 식사를 제공하고 하루 1kg정도로 노임을 계산해서 준다. 도시 빈곤층들은 식량이 크게 부족할 때 농촌으로 가서 자기 목숨 건사하고 옥수수 30kg이라도 벌어 오면 집안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여성들 고통이 가장 커, 성매매 문화 확산=그러나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은 역시 여성들이다. 평안북도 정주에서 나온 북한 주민 B씨는 “북한 여성들 중에 식량난을 겪으면서 성매매에 나서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B씨는 “보통 여행지나 큰 도시 역전에 가면 여관과 함께 성매매를 부추기는 포주들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개인적으로 집을 구해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고, 목욕탕에서 여성들을 내세워 성매매를 하는 문화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매매를 하는 개인이나 업주들은 손님들에게 ‘침대를 판다’ ‘꽃을 판다’는 등의 은어를 사용해 손님들에게 접근한다”며 “대도시에는 중국식 안마방을 차려놓고 안마는 1시간에 1만원, 성매매는 2~3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B씨는 “성매매를 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취약계층 여성과 미성년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아마 집에서 알면서 보내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그는 또 “간혹 성매매로 사람을 유혹해 물건을 빼앗는 경우도 있고, 하여간 살기가 어려우니 여자들이 생활 전면에 나서 고생이 말이 아니다”며 “그러다 보니 범죄 사건에도 여성들이 연루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