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앞둔 핵 검증협의..북미 신경전

“1차 설정한 시한은 다가오는데 제대로 된 협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

정부 소식통은 5일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조치 발효 시점인 오는 11일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북한과 미국간 검증 협의는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달 12일 6자 수석대표회담을 통해 그동안 북.미 양자협의 형식으로 진행해온 비핵화 2단계 마무리 협의를 6자 차원으로 환원하는 ‘7.12합의’를 발표했지만 현안인 핵 검증체계 마련을 위한 협의는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비공식 6자 외교장관회담이라는 이벤트까지 열었지만 ‘균형적 2단계 마무리’라는 기본원칙만 합의한 채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는 무엇보다 북한이 미국이 제시한 핵 검증이행계획 초안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이른바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천착하고 있는 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비핵화 2단계 조치에 대한 내용을 담은 10.3합의에 철저하게 따르겠다는 것이다.

10.3합의에는 북한이 이행해야 하는 조치로 불능화와 함께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규정하고 있지만 검증에 대한 내용은 없다.

따라서 북한은 핵신고서에 담은 내용을 검증하는데 반대하지 않지만 검증 체계 마련을 테러지원국 해제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데는 반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성 김 미국 대북협상특사 지명자와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7월31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만났지만 ‘원론적인 얘기’만 나눈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내용있는 협의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검증체제 논의와 관련해 북한과 미국은 미국이 제시했던 검증이행계획서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중”이라면서 “문제는 검증의 대상이나 검증방법,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 등 몇가지 문제에 관해 아직도 북한이 이견을 좁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행정부가 의회에 테러지원국 해제를 통보하고 45일이 지난 8월11일부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서명을 거쳐 ‘테러지원국 해제가 발효한다’는 서면통지를 의회에 보냄으로써 해제 조치를 발효할 수 있지만 북핵 검증체계 구축 및 이에 따른 검증활동 개시를 발효의 선결 조건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8월11일까지 현재의 비협조적 자세를 유지할 경우 8월11일은 ‘그냥 지나칠 수 있다’는 게 한미 외교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북간에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테러지원국 해제가 발효할 지, 아니면 그냥 지나게 될 지 반반”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8월11일까지 검증체계가 구축되지 않는다고 해서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다. 외교 소식통은 “8월11일 이후라도 검증체계가 구축되면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는 발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8월11일 테러지원국 해제가 발효되지 않을 경우 2단계에 규정된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미국이 무시했다면서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0.3합의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으로부터 해제하기 위한 과정을 개시’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고 미국이 이미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의회통보를 한 상황이니 만큼 미국으로서도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해명할 수 있다.

결국 상황을 종합해보면 현재로서는 8월11일 이전에 검증체계가 구축되고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현실화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테러지원국 해제에 대한 북한의 염원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막판 상황변화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8월8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기간에 북한이 모종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주목된다.

한편, ‘7.12합의’에서 10월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한 북한의 불능화는 현재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중요한 조치인 사용후 연료봉 인출 속도는 북한측이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의 에너지 지원 속도에 맞춰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사용후 연료봉을 빼는 속도를 원래대로 회복시키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북은 에너지 지원에 얼마든지 맞춰 할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한다”면서 “8천개의 연료봉 가운데 현재 55% 정도가 추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10월말까지 이행해야 할 에너지 지원과 관련해서도 일본의 참여가 여전히 미해결인 상태라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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