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북… 北-中 ‘미래비전’ 청사진 마련하나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의 북한 방문을 통해 양국은 북.중관계의 미래비전에 대한 청사진을 그린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작년 말부터 북.중관계가 재정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 부주석의 방북과정에 정치.외교.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서 관계를 어떻게 공고히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폭넓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시진핑 부주석은 방북 당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양형섭 부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농업과 경공업, 정보기술(IT)산업, 물류, 변경지역 기반시설 건설의 분야에서 중국기업의 대북투자를 늘리고 항만 건설과 인적.물적 교류를 강화하자고 밝혔다.

또 6자회담과 역내 대화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협력하고 오는 9월 중국에서 열리는 제10회 아시아예술제에 북한 대표단을 파견해 줄 것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도 이러한 중국측의 의지에 “완전 찬동한다”라는 입장으로 화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양국간 교류.협력방안은 당면 현안의 성격도 있지만 미래 양국관계를 경제적 합리성에 기초한 관계로 변모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교환한 것으로 평가할만 하다.

또 1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시 부주석은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6자회담에서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6자회담을 촉진시키기 위해 중국은 북한과의 의견 교환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핵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도 양국관계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쪽에서도 6자회담의 과정에서 북한이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회담에 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양국관계가 빠르게 밀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중관계가 재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시 부주석의 방북을 통해 양국관계가 구조화.제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차기 지도자인 시 부주석은 북한과 미래의 북.중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논의를 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외교안보연구원의 최명해 박사는 “중국 정부가 이전에는 북한을 ’북해문제’의 연장선에서 인식하고 관리에 중점을 뒀던 대북정책에서 경제협력과 교류에 기반한 관여를 통해 북한문제로서 북한에 접근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가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시 부주석의 방북과정에서 보여주는 북중 양국의 외향적 태도 역시 매우 진지하고 과거 관계의 완전복원을 보여주고 있다.

시진핑 부주석은 취임 후 첫 순방지로 북한을 선택함으로써 차기 중국의 지도부가 북한을 외교적으로 중요시할 것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또 북한은 아직은 2인자일뿐인 시 부주석에 대해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 국가원수급에 준하는 의전으로 맞았다.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 대신 양형섭 부위원장이 공항에서 영접을 하고 의장대 사열을 하는 것은 사실상 ’정상급 의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구두친서를 휴대한 시 부주석을 만난 자리에 핵문제를 진두에서 지휘하고 있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오랜 기간 노동당 국제부장으로 활동하면서 북중관계를 이끌어온 ’중국통’인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을 배석시켜 6자회담과 양국간 현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가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시 부주석에게 ’선물’ 차원에서 장기간 열리지 않고 있는 6자회담 재개 일정과 핵신고 방안 등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시 부주석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설득 능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시 부주석의 방북 기간에 체결된 ’경제기술협조협정’을 통해 식량, 비료, 원유 등 향후 대북원조계획에 서명함으로써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중 양국관계의 밀착구도는 당분간 더욱 빠르게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6자회담을 통해 미국과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로 인한 외교적 공백기를 대중관계 강화나 일본과의 협상 등으로 메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과 중국 양측 모두 미국의 정치 공백기를 맞아 적극적으로 양국관계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며 “시 부주석의 방북을 통해 양국은 향후 2∼3년간 중기적 관계설정 방향을 협의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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