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訪北…북핵·경제협력 논의될 듯

차기 중국 국가주석으로 사실상 내정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17일부터 2박3일간 방북해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를 만나 북중관계 증진과 북핵, 식량원조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양국이 북핵문제 등 공동 관심사를 심도 있게 논의해 이번 방문이 양국 관계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부주석에 선출돼 사실상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후계자로 내정된 시 부주석이 첫 해외 방문지로 북한을 선택한 것은 일단 외교전통에 따른 상견례 차원으로 풀이된다.

류장융(劉江永) 중국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사와 인터뷰를 통해 “시진핑 부주석이 당선 이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북한을 선택한 것은 중국이 전통적인 북중 우의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 부주석이 2013년부터 중국을 이끌어 갈 인물로 거론되는 만큼 향후 중국의 대북정책을 미리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시 부주석은 쓰촨(四川)성 대지진 당시 북한이 조의를 표하고 성금을 보낸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쓰촨성 대지진 발생 직후 중국 후 주석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달했고, 10만 달러의 성금도 냈다.

미뤄왔던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시기 등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의 핵불능화 진전 정도와 북미관계 개선 움직임, 미국의 대북 식량원조를 주시하며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를 미뤄왔다.

앞서 북한 정부는 올해 초 중국 정부가 식량수출 제한정책을 실시하자 옥수수 15만t에 대한 식량수출 쿼터할당을 요청했으며 중국은 2차례로 나눠 5만t과 10만t의 수출쿼터를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춘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기존의 식량 지원보다 더 많은 양의 지원을 약속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약 30만t 규모의 지원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제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동시에 정치적 지위 향상을 노리는 중국으로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을 우려한다. 이에 따라 북핵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한측에 북핵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색국면의 남북관계에 대한 우려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류장융 교수는 “시 부주석이 북한 지도부와 만나 북핵문제 해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관계의 악화가 북한의 경제회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최근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한중관계를 우방국인 북측에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중 경제협력을 다각도로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시 부주석은 방북을 통해 지난 한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할 것”이라며 “북한이 한중관계 발전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중 경제협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방도도 다각도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내 광산물 개발에 대한 투자와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최 선임연구위원은 시 부주석이 상하이 당서기를 역임했던 사실을 예로 들며 특구 형태의 발전 모델이나 상하이식 모델을 북한의 경제 개방의 방식으로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일각에선 한∙미∙일 3각동맹 강화에 따른 북중관계 강화의 일환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하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북중관계의 진전은 한미일 공조에 따른 반작용은 아니다”면서 “중국은 북한과의 군사협력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한을 제외한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으면서도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자국에 우호적인 국제환경을 조성하고 경제적 실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