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대 규모 도매시장 중 하나로 평가되는 평안남도 평성의 옥전시장에서 장세(場稅·매대 사용료) 인상 동향이 포착됐다. 시장에서 장사가 잘 되지 않아 상인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에 북한 당국은 오히려 세금을 인상한 셈이다.
경기침체로 장사가 수월하지 않은 가운데 장세 인상까지 더해졌다는 점에서 상인들이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장세가 전반적으로 올랐다”면서 “특히, 곡물, 고기, 가공 옷, 신발 등 장사가 그나마 잘 되는 매대에서 (당국이) 장세를 거의 배로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북한 시장관리소는 상인들에게 하루 1000~2000원 정도의 장세를 받아왔다.
소식통은 이어 “최근 시장에 앉아서 장사하는 상인 수가 꽤 줄어들었다”면서 “장사를 접은 것은 아니고 상품이 팔리지 않는데 장세만 내야 하니 나오지 않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장세 인상 조치는 북한 당국이 불경기로 상인들이 시장에 나오지 않은 상황에 관련 수입이 감소하자 이를 보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여기에 원칙적으로 불법이라고 할 수 있는 메뚜기 장사도 약간의 장세를 받고 묵인해주는 일도 지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북한 당국은 메뚜기 장사꾼에게 장세의 50~70%를 걷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메뚜기 장사는 단속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장관리소에서 일단 장세를 받고 눈감아 주고 있다”며 “(다만) 특별한 행사가 있거나, 인민위원회 요구가 있으면 바로 통제해 도루메기(도루묵)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북한 당국은 최근 유통업자들에게 받는 판매 수수료를 2배 인상한 바 있다.
본지는 지난달 평안남도 일부 지역에서 지역 인민위원회 산하 집금소(集金所, 국세청 격)가 유통업자들에게 받는 수수료를 2배 이상 올렸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 “북한, 갑자기 일부 유통업자에 판매 수수료 2배 올려 받아”)
한편 옥전시장도 침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공업품 매장을 찾는 주민들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난이 주민들의 소비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전반적인 (옥전) 시장 분위기가 활발하지 않다. 작년과 비교하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어지간한 공업품 매장은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다. 의류, 식품, 곡물, 신발, 화장품 등 품목만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북한 전국 시장 정보’에 따르면 공업품은 옥전시장 전체 면적의 29.4%(매대별 품목 기준)를 차지하고 있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소식통은 “하루 벌어서 겨우 강냉이 국수 1~2kg 정도 가져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시장 분위기가 어둡다”며 “그나마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강냉이(옥수수) 국수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식통은 옥전시장이 불경기인 것은 맞지만 시장이 침체됐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평성은 무역회사들이 물건은 차 판으로 넘겨 다른 지역보다는 가격이 싼 편이어서 지방 사람들이 오는 편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