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북적여도 물건 사는 사람 없어…제재에 돈 말랐다”

[직격 인터뷰] 北 신의주 주민 "시장에 빈 매대 있어…포전제로 먹는 것은 탈 없다"

북한 함경북도 나선시 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파로 북한 내 시장 분위기가 침체되고 있다. 시장에 빈 매대가 늘어나고 있고,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없어 장사 수입도 확연히 줄고 있다는 것이다.

데일리NK는 최근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주민을 만나 북한 내부의 시장 상황과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제재로 장마당에 돈이 말랐다’며 장사가 안 된다고 토로하면서도 가족 단위의 포전에서 꽤 많은 소출을 얻어 소위 ‘먹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현재 자신의 처지를 설명했다.

본보는 현재 북한 내부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되는 이 북한 주민과의 대화를 가감 없이 전하고자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다음은 신의주 주민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요새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시장에서는 사람은 북적거려도 사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비어있는 매대도 있고요. 그리고 요즘에는 영농준비니 가물전투니 장마전투니 뭐니 해서 총동원을 당하니 더 사는 사람들이 없어 장사가 안 됩니다. 유통이 되질 않으니까요. 자꾸 제재를 주고 그러니까 돈이 말랐지요. 그래도 국경연선이니까 내쪽 지방 보다는 괜찮습니다.”

-장사 수입도 많이 줄었나?

“한 달에 인민폐로 200원(위안)은 벌어야 하는데 이제 어쩔 때는 80원도 못 법니다. 전투 안 할 때는 9시부터 장마당을 열게 하는데 전투가 있으면 시장도 오후 5시에 열게 하니까 죽을 맛입니다.”

-먹는 사정도 나빠진 것인가?

“장사가 잘 되면 농사보다 장사에 더 힘쓰는데, 이제는 장사가 안 되니까 내 밭에다 힘을 더 쓰게 됩니다. 지금 밭에 가서 김매고 풀 뽑고 별거 다하니까요. 아마 지금 배급은 군수공장이나 보안서나 군인들 밖에 안 줄 겁니다. 이제는 자력갱생이라 자기 밭에 가서 더 열심히 하니까 먹는 거는 별 탈 없습니다.”

-본인이나 주변에서는 주로 어떤 농사를 하는가?

“옥수수, 콩, 고구마를 많이 합니다. 지금은 포전제로 하는데 농장에서 기업소에 포전을 줬습니다. 한 사람당 한 정보(약 3000평) 주는데 노동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한 정보 안 되게 줍니다. 우리는 온 가족이 거기서 농사하고 뙈기밭(소토지) 농사까지 하면 먹고 살만 합니다.”

-포전제가 시행되고 난 뒤에 실제로 생산량, 수확량이 늘었나?

“옥수수는 개인 밭(포전제) 할 때부터 사람들이 기술이 향상돼서 조금씩 소출하는 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들이 밭에 힘을 쓰니 자연히 (생산량이) 늘어나지요. 많이 (생산)한 집은 가을에 톤으로 실어옵니다. 그러니까 월급 받아서 생활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도 작년에 달구지로 잔뜩 실어왔는데, 옥수수 1t 하고도 600kg 더 뽑았습니다. 거기서 30% 나라에 줬으니 1t 정도 소출한 거지요.”

-그러면 제재 때문에 힘든 것은 장사가 잘 안 되는 것 정도인가?

“장사는 제재 전과 비교하면 안 되는 건 확실하니까요. 그리고 전보다 뇌물을 더 바쳐야 합니다. 뇌물은 매년 올라가는데 제재도 들어오니까 사람들이 ‘이제 경제가 풀려야 하는데 미국이 나쁜 놈’이라고 욕합니다.”

-미국이 왜 나쁘다고 하는 것인가?

“지금 말 돌아가는 것이 장군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 놓겠다고 하는데 아니, 먼저 핵 포기하라고 하면서 미국이 아무것도 주지 않고 무조건 포기하라고 한다는 겁니다. 대가를 보여줘야 우리도 잘하지요. 남조선(한국)하고 먼저 나가려고 하면 제재를 주니까 ‘미국 승냥이’라고 욕합니다. 저네는 주지도 않으면서….”

-앞으로 조선(북한)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 같나?

“그저 미국만 간섭 안 하고 북남이 (협력)하게 하면 좋은데, 미국이 계속 간섭하니까요. 그래도 장군님이 회담도 많이 하고 미국, 한국 대통령도 자주 만나니까 기대는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