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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김종민 사장이 2일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백두산 관광시즌인 6월부터 9월 초 사이에 여러 차례 시범관광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자, 정치권에서 사업추진의 원칙과 타당성 검토 없이 의욕만 앞세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광공사 측은 김 사장의 발언을 “지난해 통일부와 관광공사, 현대가 합의한 내용을 원칙적으로 밝힌 것일 뿐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무 관계자도 “아직 특별한 이야기를 할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백두산 관광 실시에 회의론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백두산 현지를 조사하고 돌아온 남측 조사단은 1월 통일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삼지연 공항은 활주로뿐만 아니라 항공 관제시설, 숙박 및 관광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시설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베게봉 호텔과 소백수 초대소 등 숙박시설은 전면적인 개보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시설투자에 소요되는 예산만 수 백억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백두산 시범관광 실시에만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면 반대할 이유도 없지만, 관제시설과 숙소 및 인프라 미비로 실질적인 관광사업이 어려운 조건에서 타당성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백두산관광이 교류협력과 북한의 시장경제 학습 유인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관련 시설 및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명분보다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진행해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삼지연공항의 시설과 장비로는 계기비행(instrument flight rule: IFR)은 불가능하고 시계비행(visual flight rule: VFR)만 가능한 상황. 따라서 시정거리(3km)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운항이 불가능하다.
조사단의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삼지연 공항은 동계 기간은 운행이 불가능하다. 백두산이 인접한 삼지연 공항은 8월 평균기온이 18도에 불과할 정도로 기온이 낮은 지역으로 10월부터 3월까지가 동계기간에 해당된다.
여기에다 비가 오거나 안개만 끼어도 시정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운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운항가능 일수는 4개월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또 기상변화를 대비해 대체공항으로 북한 내 다른 공항이나 중국 옌지(延吉)공항을 지정할 경우 상당한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정부가 관광을 위한 지원을 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이익을 창출할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 백억대의 시설투자와 수익성에 대한 타당성 조사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이 성급히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정문헌 의원은 “(백두산)사업에 대한 원칙 없이 지원만 해서는, 나중에 일이 잘못될 경우 또 국민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