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종 서울대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11일 노무현 정부 이후 좌파진보성향 시민단체의 ‘권력화’ 현상을 지적하며, 이념적으로 좌편향된 이들이 선진화 시대에 걸맞게 ‘열린 민족주의’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11일 ‘이명박 정부의 위기와 기회’라는 주제로 ‘뉴라이트재단’이 주최한 긴급 시국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에서 “지난 20여년간 빠르게 성장한 한국의 시민운동은 권위주의에서 민주화 시대로 이행되어 오는 과정에서 중요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시민운동은 ‘민주 대 반민주’, ‘민족 대 반민족’, ‘자주 대 외세’, ‘통일 대 반통일’, ‘자본 대 노동’이라는 80년대에 형성된 이분법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며 “시대는 변했는데 구태의 화두에서 벗어나려는 ‘창조적 파괴’의 노력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이들 시민단체의 괄목할만한 성장에는 좌파진보성향의 정부지원과 성원이 주효했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인사 충원 과정에서도 시민단체에 특혜를 부여했고, 그 결과 좌파진보성향의 정부와 좌파진보성향의 시민단체 사이에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이른바 ‘동류의식’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시민단체는 언론에 이어 제5부의 권부로 등장했고, 참여정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한국사회의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의 하나로 등장했다”며 “2007년 행정자치부 자료에 따르면 시민단체 출신이 정부 240국의 위원회에 참여한 비율은 19.6%에 달했고, 참여연대의 경우 531명 중 150명이 정부 및 산하 위원회 자리 333개를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결국 “노 정부가 양산한 각종 위원회에 대한 좌파진보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진출은 ‘시민단체의 권력화’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권력지향’이 된 시민단체에 대해 “절차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우회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때로는 법과 정책에 불복종하겠다는 의지를 너무나 자주, 쉽게 드러냈다”며 “자신들의 개혁 어젠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을 때, 이를 기득권 세력이나 반개혁세력으로 낙인찍고 이를 압도하기 위해 의회민주주의조차 압박하는 포퓰리즘적 시도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좌파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의 특이한 활동방식으로 이념성향이 비슷한 단체끼리 ‘연대기구’를 구성하는 공동투쟁 방식을 꼽았다.
그는 “시민단체들은 각기 나름대로의 고유한 정체성과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독립적 단체인데 이들끼리 연대하는 것이 얼마나 도덕적 정당성을 가지는 일일까”라고 반문하며 “좌파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에서 유행하고 있는 ‘연대 만능주의’는 다른 반대 집단이나 혹은 사회전체에 대한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세를 과시하기 위한 ‘전략적 행위’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또 “방송이나 언론들은 시민단체하면 대국민 인지도가 가장 높은 ‘참여연대’를 떠올리고 있는 실정이며, ‘참여연대’의 주장을 여과 없이 전체 시민단체의 대표성을 갖는 주장인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사회에서 독과점 기업이 불공정한 기업으로 비판을 받는 것처럼 소수의 좌파진보성향의 시민단체가 시민사회에서 자신들의 위상에 비해 과도하게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는 현상은 불공정한 일”이라며, 특히 “참여연대를 비롯한 좌파진보성향의 시민단체가 가지는 과대한 대표성은 그들의 과도한 이념지향성 때문에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끝으로 “국제적인 협력 없이는 우리민족의 통합과 생존의 길이 열리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와 한미동맹, 또는 국제협력을 분리해서 서로 대치되는 것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파악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이어 “이제 시민운동이 선진화를 지향한다면 ‘세계주의 대 고립주의’, ‘열린 민족주의 대 닫힌 민족주의’, ‘건설 대 반건설’, ‘문명 대 야만’, ‘인권 대 반인권’, ‘평화 대 핵(核)’이라는 화두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발제문 전문 보기
한편, 뉴라이트재단 주최로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리는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회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복거일 씨와 뉴라이트재단 안병직 이사장, 바른사회시민회의 박효종 공동대표가 당면한 정국 혼란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발표하고,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이재교 뉴라이트재단 이사가 각각 토론에 나선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뉴라이트재단과 자유주의연대의 통합선언도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