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5일 로켓을 발사한 데 대해 시민들은 큰 관심 속에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철역, 음식점 등에서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TV 주변에 모여 근심 어린 표정으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회사원 윤명석(40) 씨는 “가뜩이나 경제도 좋지 않은데 북한에서 로켓을 발사해 우리나라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북한이 이렇게 무리한 행동으로 국제 사회의 불안을 가중시켜야 했는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북한이 주변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에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정부가 상황이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차분하고 신중한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부 한주은(34) 씨는 “인터넷을 통해 북한이 기어이 로켓을 발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쟁 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며 “무엇보다 국제사회가 이번 사태를 대화를 통해 원만히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일선(36) 씨는 “북한이 로켓을 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현명한 판단은 아닌 것 같다”며 “그러나 우리 정부를 포함해 미국이나 일본 등 국제사회도 이 문제에 신중히 대처해 하루빨리 긴장을 완화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에는 대체로 북한의 로켓 발사를 성토하는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네티즌은 큰 문제 될 것이 있겠느냐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은 굶기면서 핵을 개발하고 로켓을 쏘고 하는 것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며 “(우리 정부는) 앞으로 조금도 도와줄 필요 없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핵 개발하고 로켓 쏠 돈으로 주민들 먼저 먹여 살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말 안통하는 나라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만약 이번에 쏜 것이 인공위성이라면 그 절박함도 인정해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응방향에 대해서는 정치적 성향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변철환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은 “이번 로켓 발사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적인 행동을 한 것이며 이는 유엔과 6자회담에서 제재해야할 사항”이라며 “우리 정부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중단하고 앞으로 유엔과 6자 회담을 통해 진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전희경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도 “국제사회가 거듭 우려를 표명하며 발사 자제를 촉구해왔는데 정말 실망스럽다”며 “설령 이번에 발사된 로켓이 인공위성이라고 하더라도 세계 안보에 위협이 되는 만큼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상응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자유총연맹, 인터넷 시민모임 노노데모 등도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반면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팀장은 “이번 로켓발사는 동북아 군비 경쟁의 산물이다. 북한의 과거 미사일 실험에서 확인된 것처럼 이 문제를 군사적 제재나 봉쇄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면서 “상호 간 신뢰의 중요성과 협상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차분하고 비군사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도 “국제사회가 북한에 제재를 가할 경우 오히려 한반도 평화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관련 국가들의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북미간 직접 대화,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인 해결 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의 로켓 발사로 불안감을 느낀 일부 시민들이 라면, 밀가루 등 생필품을 사재기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대부분 시내 대형마트 등은 오히려 평소보다 다소 한산한 표정이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