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끌어들여 반미투쟁 벌이겠다”

386 운동권 인사가 포함된 지하 조직 일심회의 실체에 대한 공안당국의 수사의 불똥이 민주노동당 전·현직 간부에 이어 시민단체로 튈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장민호(44.구속)씨의 압수물 가운데 ‘시민단체를 끌어들여 반미투쟁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보고 문건이 발견된 탓이다.

이 문건에는 유력 환경단체 핵심인사 A씨가 거명됐다. 공안당국은 전날 구속된 이진강(43)씨가 이 환경운동가를 조직원으로 묶어 세우겠다고 결의했다는 내용의 보고 문건을 장씨로부터 압수했다고 밝혔다. 공안당국은 이씨가 일심회에 가입해 시민단체 등 동향을 수집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씨 측은 “A씨는 20년 전 대학 시절부터 이씨와 알고 지낸 사이로 가끔안부를 묻는 관계일 뿐이다. A씨는 이씨보다 훨씬 시민운동에 확신이 있고 강한 신념을 갖고 있어서 주사파로 만들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공안당국은 이씨가 작성했다고 추정되는 문서 가운데 “2002년 1월~10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환경 문제를 끌어들여 반미 투쟁을 벌이겠다”고 보고한 문건을 확보하고 실제 시민단체의 활동에 구체적인 변화 정황이 있는지를 파악 중이다.

이에 따라 공안당국은 이 단체가 주한미군의 포르말린 한강 방류 사건, 용산 미군기지 기름 유출 사건과 미군 반환기지 환경오염 등 미군과 관련된 환경오염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해 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올해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 때는 다른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북한의 행위는 현명치 못한 처사라고 유감을 나타내면서 위기의 원인이 미국과 일본에도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부분도 공안당국이 예의주시하는 대목이다.

다만 보고서에서 “환경운동을 통한 반미투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시기가 2002년 무렵인데 이 단체는 1990년대 말부터 미군의 환경오염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이 단체가 누군가의 지령에 따라 미군 관련 환경운동을 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일심회 조직원 등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이 인사의 이름이 거론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공안당국의 ‘확인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장씨가보고서를 일방적으로 작성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공안당국은 그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은 당분간 일심회 사건의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할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및 미군 기지 이전 반대 등 사안에서연합 전선을 구축해왔고 만약 이런 활동이 누군가의 ‘기획’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의혹이 공안당국 주변에서 끊임 없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386 운동권 인사들 가운데 시민단체에 포진한 인맥이 적지 않다는 점도 향후 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들 가운데 장씨의 포섭 대상에 포함됐거나, 장씨의 지시를 받은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해준 정황이 드러나면 이번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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